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문환 이사장이 2년여 임기 동안 12차례에 걸쳐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일 자료를 내어 “김 이사장이 지난 2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9개 나라에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전임 이사장들에 견줘 2~6배나 많은 회수”라고 밝혔다. 또 “해외출장 내용을 보면, 방문진 이사장으로써 꼭 필요한 일정이라기보다는 ‘외유’ 성격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2013년 3월 논문 표절 문제로 사퇴한 김재우 전 이사장의 보궐로 방문진 이사가 됐고, 곧바로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 가운데 최연장자가 맡는다.
최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김 이사장은 그 뒤 올해 5월까지 미얀마, 중국,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모나코 등 9개 나라에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해외 출장 목적은 세미나 참가, 업무협의, 연수 참가, 해외 전시전 참관 등이었다. 김 이사장이 약 2년간의 임기 동안 외국에 체류했던 기간은 모두 74일로, 약 10일에 하루꼴로 외국에 있었던 셈이라고 최 의원은 밝혔다. 김 이사장이 포함된 해외출장에 든 경비는 모두 6억5000만원에 달했다.
역대 이사장의 해외출장 내역을 보면, 7기 방문진 이사장이었던 이옥경 전 이사장은 3년 임기 동안 2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데 그쳤다.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김우룡 전 이사장은 0차례, 3년 동안 이사장을 맡았던 김재우 전 이사장은 임기 동안 모두 6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와 비교하면 김 이사장은 2년 임기 동안 이들의 2~6배 되는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김 이사장뿐 아니라 일부 비상임 이사들도 해외출장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충일 이사의 자진 사퇴로 2013년 12월 이사로 임명된 김원배 이사는 1년6개월의 임기 동안 6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2012년 8월 임기가 시작된 다른 이사들 가운데, 김광동·박천일 이사는 6차례, 차기환 이사는 5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최 의원은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의 이런 잦은 해외출장에 ‘외유’ 성격이 강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김 이사장은 지난해 4월 미국 케이블방송통신협회(NCTA)가 주관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조사단 참관 의견’으로 “엠비시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 강화 필요” 같은 원론 수준의 의견을 제안했을 뿐이다. 같은해 6월 모나코에서 열린 ‘몬테카를로 티브이 페스티벌’을 참관한 뒤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도 ‘조사단 의견’으로 “각 지역 및 타 국가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송콘텐츠가 각기 다양함. 따라서 엠비시가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 정도가 제시되는데 그쳤다.
최 의원은 “2012년 엠비시 파업 이후 내부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엠비시 정상화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김 이사장이 12번이나 외국을 들락거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두 번 다시 이런 인물이 엠비시 관리감독 기구의 수장인 방문진 이사장이 될 수 없도록 지금 진행되고 있는 10기 이사 공모에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이사진은 오는 8월8일 임기가 끝난다. 이에 대해 방문진 쪽은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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