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BBC)가 뉴스 채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비용절감이 강력한 유인이 된 듯하다. 최근 비비시는 일련의 비용절감 방안을 내놓았다. 1천여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했고, 비비시 3채널은 텔레비전 송출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만 공급하기로 이미 결정됐다. 뉴스채널의 온라인 전환 계획에도 과도한 제작, 배급,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데 비용절감만큼이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비비시 뉴스채널 점유율의 하향 추세다. 이는 뉴스 이용자들이 티브이를 떠나 모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동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5’에 따르면, 미국은 뉴스를 얻는 주된 원천이 이미 2013년부터 티브이보다 온라인이 앞서 있고, 영국은 티브이와 온라인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12개 국가(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아일랜드, 덴마크, 핀란드, 브라질,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총 2만3155명 가운데 45살 미만의 젊은 이용자들이 “뉴스를 얻는 주요 원천 1위는 티브이가 아니라 온라인이다”고 답했다. 비비시는 비용절감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변화를 반영한 선택을 내려야만 했을 것이다.
티브이에서 뉴스가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티브이 뉴스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보고 있다. 영국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2014년 22%에서 2015년 29%로 증가했고, 미국의 경우는 2014년 37%에서 2015년 40%로 증가했다. 미국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서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용자의 63%가 해당 사이트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변화는 온라인 동영상뉴스 이용의 증가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5’ 조사에 참여한 12개국 전부에서 온라인 동영상뉴스 이용은 전년 대비 5% 이상씩 증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점점 더 많은 동영상뉴스가 제공되고 재생된다. 티브이의 전유물이었던 동영상뉴스도 이젠 온라인, 모바일, 에스엔에스로 옮겨가는 중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년 조사하는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뉴스 이용 시간에서 인터넷은 티브이 뉴스를 앞질렀다. 20대의 경우 티브이 뉴스 이용시간의 두배 이상을 인터넷 뉴스 이용에 할애한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에서의 뉴스 이용까지 합하게 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드라마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 층들은 티브이 없이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제로 티브이’(Zero TV)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제로 티브이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보유하지 않고 또한 별도의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피시(PC)나 스마트폰, 태블릿피시 등을 통해서도 티브이 프로그램은 이용 가능하다. 티브이에서 비비시나 <한국방송>(KBS) 같은 전통적인 방송 채널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웹사이트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뉴스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티브이에서 뉴스가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제목은 이미 틀렸을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티브이로 뉴스를 보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