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SBS)의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18일 방송분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동상이몽>은 어떤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는 부모와 자식이 상대의 입장에서 촬영한 관찰카메라를 보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날은 아빠의 스킨십이 부담스러운 고교 2학년 딸과 스킨십을 피하는 딸이 서운한 아빠가 나왔습니다. 방송에 나온 관찰카메라 화면에서 아빠는 딸에게 강제로 입뽀뽀를 하고, 침대에서 혼자 자고 있는 딸 옆에 슬쩍 누워 딸을 안기도 합니다. 아빠의 스킨십이 싫어 딸은 아빠를 피해 다닙니다. 아빠는 피하는 딸의 손을 끌어 다시 스킨십을 시도합니다. 아빠와 입뽀뽀를 한 뒤 딸은 울기까지 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관찰카메라 화면을 본 딸은 “실제로는 (화면에 나온 것보다) 더 심하다”고 얘기합니다.
방송이 나간 뒤 아빠에 대한 비난이 거셌습니다. 입에 담기도 힘든 험한 욕설까지 쏟아지자, 출연한 학생의 언니인 큰딸이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아빠도 촬영 내내 ‘스킨십 하는 게 지겹다, 어렵다, 너무 많이 한다’는 말을 달고 다녔을 만큼 만들어진 장면이 많다. 대본은 없었지만 작가님들이 촬영 내내 카톡이나 문자로 ‘○○ 좀 해주세요’라는 연락을 했고, 저희는 그것을 따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동상이몽> 제작진은 ‘조작 논란’까지 일자,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런 공방만 가지고는 방송이 이 가족의 실제모습을 정확하게 반영했는지, 왜곡·과장을 한 것은 아닌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혜진 피디 등 <동상이몽>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예능 피디들은 “일반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은 폭탄을 떠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두배, 세배의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반인들은 방송환경에 익숙한 연예인과 달라, 방송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경우의 파장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한 피디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내용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이 제작진의 몫인데 <동상이몽>은 제작진이 오히려 출연자들을 부추긴 느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에 ‘100% 리얼’은 없습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과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송 생리를 잘 아는 연예인들조차 당황하기도 합니다.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하는 연예인과 미리 인터뷰를 해서 방송대본을 짜는데, 가끔 연예인들이 방송 중에 “어 그렇게 말한 거 아니었는데, 작가님들 무섭네요”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능 피디는 “<동상이몽> 작가가 작은딸을 만나 사전 인터뷰를 했을 때 작은딸은 ‘아빠가 이런 것도 했고, 저런 것도 했다’며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것들까지 별생각 없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큰 딸이 올린 에스엔에스 내용이 사실이라면, 관찰카메라를 찍는 이틀 사이에 이런 행동들을 다 담으려고 작가가 이런저런 행동들을 시켰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연 자체가 예능프로그램의 소재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 사연이 나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파장에 대해 제작진이 고려를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방송은 사연을 알게 된 제작진이 먼저 출연 섭외를 했다고 합니다.
<동상이몽>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 하루에 1시간도 채 얘기하지 않는 현실(‘2012년 청소년 통계’)에서 “부모 자식이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가 가족의 따뜻함을 상기시켜 준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에 걸맞게, 제작진이 어렵게 나온 일반 출연자들을 시청률의 수단으로 삼기 보다는 자신의 가족일 수도 있다는 견지에서 좀더 세심하게 배려해주길 바랍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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