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공영방송 이사 추천위원회’가 지난 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3연임 의혹이 있는 일부 공영방송 이사 후보들에 대한 추천 및 임명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권력 눈치보기에 안굴러가는 방통위
불법광고영업 의혹 조사 마치고도
“위원들·MBN쪽 의견 수렴중” 말뿐
여당쪽, 이사 선정 사전협의 거부
전체회의서 ‘합의 없는 표결’ 우려
불법광고영업 의혹 조사 마치고도
“위원들·MBN쪽 의견 수렴중” 말뿐
여당쪽, 이사 선정 사전협의 거부
전체회의서 ‘합의 없는 표결’ 우려
‘종편 불법 광고영업 의혹 처리는 수개월째 미뤄지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회의는 3차례나 연기되고….’
독립적 정부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행태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독립적 정부기구로서의 자율적 권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주요 현안마다 정치나 언론권력의 눈치를 보는 해바리기성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통위는 지난 3월 한 인터넷 매체가 폭로한 <엠비엔>(MBN) 미디어렙의 불법 광고영업 의혹 조사 결과를 여섯달째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 영업일지에는 엠비엔미디어렙이 광고영업에 기자를 동원하고 방송 편성에도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3월 말부터 조사에 착수한 방통위는 5월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나 계속해서 결과 발표를 미뤄오다 8월 중순에 이르게 됐다.
12일 방통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방통위 사무국에선 엠비엔미디어렙의 불법 광고영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말께 상임위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편성 개입 등을 금지한 미디어렙법 및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해당 내용을 상임위원에게 보고한 뒤 엠비엔미디어렙에 통보했다. 현재 상임위원과 엠비엔미디어렙 쪽의 의견을 수렴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임위원들 휴가와 8월16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을지훈련 등 일정이 겹쳐 언제 전체회의에 상정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사무국에서는 법정 제재 쪽으로 의견을 냈다고 한다. 제재의 종류엔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관계자 징계 등이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동안 방통위의 조사 진행 과정을 보면 종편의 영향력을 의식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방통위가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이사 구성에 관한 건 역시 비슷하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이사들의 임기가 8월 말에 끝나는 상황이라 방통위는 애초 7월 말에 공영방송 이사 구성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 상임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회의를 3차례 연기하면서 표류중이다. 현재 상임위원들은 서로 추천할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야당 쪽 위원들은 추천 명단을 공개해 사전 협의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여당 쪽 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야당 위원들은 △3연임 금지 △정파 나눠먹기식 금지 △공공성 및 공정성 구현 책임자 선임 등 ‘3대 원칙’을 제시했으나 여당 위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단체들은 “여당 추천 명단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 3연임이 되는 후보가 들어 있다”며 방통위에 철회 요구를 한 상태다.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은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머릿수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사전 협의가 없다면 전체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여당 쪽 상임위원들이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는 이상, 합의제 기구에서 사전 합의를 하자는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장관 및 차관급 대우를 받는 여당 상임위원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보수 언론 눈치 보느라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독립 기구가 아닌 여당의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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