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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4단 기사 얼마죠?” 정부, 돈 주고 기사 생산 주문

등록 2015-08-24 20:47수정 2015-09-01 17:15

홍보대행사 통한 ‘턴키 홍보’ 발주
입맛 맞는 언론사 선택 국정홍보
“치우친 여론 조성에 혈세 낭비”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8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편의 불법 광고 영업에 대한 방통위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과천/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8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편의 불법 광고 영업에 대한 방통위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과천/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ㄱ사는 지난해 12월8일치 7면에 ‘노동시장 개혁 틀 나왔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틀 뒤 10일치 4~5면에는 ‘한국 경제혁신 5대과제’ 시리즈의 첫 회로 노동시장 개혁을 다뤘다. ㄴ사는 같은 달 2~4일 ‘노동시장, 글로벌 스탠더드로’ 라는 제목의 3회짜리 시리즈를 냈다. 이 기사들의 방향은 노동 유연성 제고,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 정책방향과 대체로 일치한다. 얼핏 언론사들이 특정 사회이슈를 놓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기사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사들이 나온 배경이 이 신문들의 ‘소신’만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ㄱ사 기사 3건에 5500만원, ㄴ사 시리즈에 22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24일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ㅁ홍보대행사의 ‘상생의 노사문화 결과 보고서’를 보면, 두 신문 이외에 ㄷ사 기사(12월24일치 1·5면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에 2200만원이, ㄹ사 기사(12월23일치 12면 ‘4년간 쟁의 없었던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조합 금탑훈장 수상’)에 1650만원이 집행됐다. 이 홍보대행사는 지난해 “통상임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을 알린다”는 취지를 내걸고 고용부로부터 5억원의 홍보 예산을 받았고, 이 가운데 1억8253만원을 ‘언론프로그램’에 썼다. 언론프로그램은 대부분 언론 기사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 몇년새 정부가 언론사에 정책 관련 기사를 써주는 댓가로 예산을 지급하는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 기사들의 논조는 자연스럽게 정부의 추진 방향과 일치할 수밖에 없어, 정부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의 핵심 기능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정책 홍보와 관련해 민간 홍보대행사들을 대상으로 공개 입찰에 붙인 뒤 용역을 맡기는 방식을 확대해왔다. ‘턴키 홍보 용역’이라고 불린다. ‘턴키’는 캠페인 진행, 광고집행, 방송협찬 등 여러 채널의 홍보를 ‘통으로’ 맡긴다는 의미다. 언론사 기사도 한 축으로 들어간다.

한정애 의원실이 입수한 고용부의 2014년 홍보용역 내역을 보면, 고용부는 ‘상생의 노사문화’ 외에 ‘시간선택제 일자리 인지도 제고’, ‘일가양득(일·가정 양립) 캠페인’, ‘청소년 근로조건 보호’ 등의 14건의 정책들에 대해 10곳의 홍보대행사에 용역을 맡겼다. 예산은 61억8700만원이었다. 한 일간지 광고 담당자는 “과거에 정부, 공기업의 홍보는 광고를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최근 홍보용역 방식이 대세가 됐다. 언론사 입장에서 무시하기 힘든 규모다”라고 말했다. 또 “홍보대행사들이 연락을 해와 ‘기사 크기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냐’ 등을 자연스럽게 묻는다”고 덧붙였다.

한정애 의원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한 노동 분야 등에서 정부 부처가 설득·조정의 절차는 무시하고 기업 등 한쪽으로 치우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국민 혈세를 집행해왔다.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 정책과 언론 보도를 믿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언론사 입장에선 잠깐의 이익이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저널리즘 전반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알려왔습니다

2015년 8월 25일치 19면 ‘“노동정책 4단 기사 얼마죠?” 정부, 돈 주고 기사생산 주문’ 기사에서 “ㄷ사(조선일보) 12월24일자 1·5면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 기사에 (정부 예산) 2200만원이 집행됐다”는 내용에 대해 <조선일보>는 “이 기사는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하기로 노사정이 합의했다는 단순 사실 및 해설을 보도한 것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홍보 비용을 받지 않았다. 고용부 홍보대행사는 조선일보에 이 기사와 상관없는 별개의 광고를 하고 지불한 비용을, 홍보 기사를 쓰는 대가로 준 비용으로 고용부에 잘못 보고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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