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9월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50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용마 <문화방송>(MBC) 해직 기자는 방송의 날(9월3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MBC 파업 당시) 단 한 차례의 배신으로 수천, 수만 언론인들의 운명을 한 순간에 바꾸어 놓은 분(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배신자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응징한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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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는 이날 ‘해직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2012년 방송사 연대파업은 대사건이었습니다. MBC가 170일, KBS가 100일 가까운 기간 동안 파업을 단행했습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당시 파업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다’는 뜻을 MBC 노동조합에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박근혜 후보가) 파업 사태가 해고라는 ‘징계까지 간 것은 안타깝다’고 공개적인 발언을 하며, 노동조합이 먼저 파업을 풀면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임을 비롯해 언론 문제를 순리대로 해결할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MBC 노동조합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믿고 파업을 먼저 풀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철저한 배신으로 응답했습니다”라며 “파업참가자들을 현업에서 내쫓고 파업불참자들을 우대하는 인사조치가 지속적으로 단행되면서, 조직은 분열되고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기자는 “최근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논할 때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단 한 차례의 배신으로 수천, 수만 언론인들의 운명을 한 순간에 바꾸어놓은 분이 자신의 배신자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응징한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 방송사에서 속칭 ‘잘 나가려면’ 정치권력만 바라보면 됩니다.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유지하고 싶으면 한직에서 정신수양을 하거나 가족들과의 여가를 늘리면 됩니다. 해직자들과 큰 차이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으로서 방송사는 소멸되었습니다. 오락매체만 남은 겁니다. 언론의 죽음은 곧 민주주의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은 사라지고, 소수가 다수를 억누르며 이끌어가는 전체주의 사회의 도래를 뜻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용마 기자는 편지 마지막에 “대통령의 답변을 기대합니다”라며 끝을 맺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