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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필터버블…추천·맞춤형 정보에 갇힌 세상

등록 2015-09-02 19:38수정 2015-10-23 14:41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미디어는 세계를 보는 창이다. 하지만 그 창이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의 게이트키핑과, 뉴스를 취사선택하고 편집, 배열하는 행위 자체가 현실을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미디어에 의해 재구성된 현실이고, 게이트키핑의 주체는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사와 언론인이었다. 그런데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현실을 보여주는 창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우리는 신문과 텔레비전 외에도 세상을 접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많은 미디어와 플랫폼을 갖게 되었다. 구글의 복잡한 알고리즘이 순위를 매겨 뉴스를 노출하고, 페이스북 친구들이 뉴스를 추천한다. 검색하러 들어갔다가, 친구들의 소식을 보러 들어갔다가 뉴스를 접했던 그야말로 ‘우연적인’ 뉴스 소비는 이제 ‘습관적’ 소비로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뉴스를 보러 구글과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미국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미 언론사들의 뉴스 트래픽을 가장 많이 유발시키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알키 제공
사진 알키 제공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추천하거나 공유한 뉴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심화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필터 버블은 엘리 프레이저가 <필터 버블>(한국어판 제목은 <생각 조종자들>사진)이라는 저서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세대의 인터넷 필터는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 것만 걸러서 준다.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추론한다. 예측 엔진들은 끊임없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추적한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는 맞춤형이라는 이름으로 저마다 정보의 바다에 갇히게 된다. 우리가 온라인상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접하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러한 현상을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이라고 칭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사업자들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은 사업자들에 의해 여과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었다. 개인에게 맞춤화된 정보 서비스는 편리하고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이용자들은 개인 성향에 최적화된 뉴스와 검색결과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결과,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는 어려워지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관심도 멀어진다. 통찰력과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보름 전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아래 논문 참조해서 좋은 글 써보세요’라는 문자와 함께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을 소개해 주셨다.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의 조작효과(SEME:Search engine manipulation effect)가 대통령 선거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논문의 저자인 앱스타인과 로버트슨은 실험을 통해 검색 알고리즘 변경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바꿀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많은 연구의 결과는 미디어가 기존의 태도를 강화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지후보를 바꾸는 데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연구대로라면 구글은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가진 ‘생각 조종자’다.

새로운 플랫폼들이 정교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맞춤형 뉴스와 정보를 서비스한다. 친구든 알고리즘이든 누군가가 추천한 뉴스만을 이용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반드시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보는 창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선별하는 알고리즘은 과연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혹시 우리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합리적인 의심’은 꼭 필요하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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