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사장 취임 이후 편향된 역사관과 방송 프로그램 개입 의혹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가 2일 여당 추천 이사들의 단독 표결로 이사장직을 연임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이사회의 이사장 선출 표결엔 여당 쪽 이사 7명만이 참석했다. 야당 쪽 이사 4명은 표결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제기한 이인호 이사의 공금 유용 및 방송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진실 규명을 요구했으나 여당 이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새노조는 지난 1일 노보를 통해 “이 이사장이 케이비에스와 무관한 미국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비즈니스 항공권 등 1100만원의 회삿돈을 썼다”고 비판했다. 야당 쪽 이사들은 이사장 선출 직후 성명을 내어 “프로그램 개입과 공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사장으로 선출한 것은 공정성·공익성을 구현해야 하는 방송법 취지를 거스르고 국민의 의사를 배반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사회 사무국은 “역사 교과서 관련 행사는 케이비에스 고위급 인사의 참석을 요청해온 공식 초청행사였다”며 새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방영된 케이비에스 역사다큐 <뿌리깊은 미래>를 두고 “북한의 입장에서 쓴 듯한 부분이 있다”고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고, 지난 6월 <뉴스9>의 ‘이승만 정부 망명 요청’ 보도를 문제삼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가 “방송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13일엔 언론 기고를 통해 ‘광복은 1945년이 아니라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에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노조는 이날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여권 이사들의 독단적 결정에 따라 이인호 이사가 이사장으로 선임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방송 개입 등 제기된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그동안 이 이사장의 발언과 행적을 볼 때 국민들이 갖는 보편적 역사관과 거리가 있는데다, 공영방송의 독립과 편성 자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며 연임 결정이 공영방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이길영 전 이사장 사퇴 뒤 보궐 이사장에 취임해 임기를 채운 이 이사장은, 지난달 13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케이비에스 이사에 재추천 받았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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