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사진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이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야 나눠먹기식 배분 답습
방통위는 정치권 거수기 역할
부적절 처신 인사들 여과없이 통과
“독립성 위해 정치권 고리 끊어야”
방통위는 정치권 거수기 역할
부적절 처신 인사들 여과없이 통과
“독립성 위해 정치권 고리 끊어야”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을 끝내면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을 포함한 공영방송 3사의 이사 선정절차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여야의 ‘나눠먹기식’ 정치 배분이 이뤄진데다, 일부 이사들이 공영방송 이사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이 추후에 밝혀지면서 방통위의 선정절차와 검증과정에 근본적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공영방송 이사 선임 후폭풍 계속 방통위는 지난달 13일 케이비에스 이사에 이인호 현 이사장 등 13명을 청와대에 추천했고 엠비시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 등 9명을 선임했다. 14일엔 교육방송 이사 선임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선임 과정과 선임 인사들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케이비에스와 방문진 이사장 두명이 대표적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2013년 1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한 강연회 영상이 3일 공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이 이사장이 케이비에스와 무관하게 미국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비즈니스 항공권 등 1100만원의 회삿돈을 썼다”며 공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7월에도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요청설’ 보도를 논하자며 임시 이사회 소집을 요청해 ‘방송개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차기환 케이비에스 이사는 극우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글을 자신의 에스엔에스 계정에 퍼나르는 등의 행동으로 논란이 됐다. 조우석 케이비에스 이사도 이사 공모에 지원하면서 “저널리즘 원칙에서 벗어난 선동방송의 반정부, 반대한민국 기조를 바꾸겠다”고 밝힌 사실이 이사 선임 뒤 알려졌다.
■ 방통위 ‘정치권 거수기’ 논란 방통위는 이번에도 기존의 관례를 따라 케이비에스 여 7명, 야 4명, 방문진 여 6명, 야 3명의 구도를 유지시켰다. 하지만 이런 배분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찾을 수 없는 관행에 불과하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이법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상임위원 5명(대통령 지명 2명, 국회 지명 3명 중 여 1명, 야 2명) 자체가 여당 몫 3명, 야당 몫 2명으로 이루어져,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사선임 표결 절차도 미리 사전에 여야 위원들이 입을 맞추고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사 선정이 있던 8월13일 방통위 회의 속기록을 보면 여권 위원들이 사전에 미리 뽑을 후보를 내정하고 회의에 들어와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 설명에 따르면 이날 방통위 회의엔 케이비에스 후보 66명, 방문진 이사 후보 45명이 올라갔다. 투표를 통해 과반(3표) 이상 받은 후보 가운데 다득표순으로 케이비에스 11명, 방문진 9명의 이사를 뽑게 되는데 단 한차례 투표로 이사 선임이 마무리 됐다. 최 의원은 “문제의 인물들이 여당 방통위원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내려온 지침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 자체의 ‘검증 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은 국감서 “방통위가 이사 후보자가 직접 서명한 결격사유 확인서 한 장으로 검증을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당원이 아니거나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지 3년이 경과돼야 하고, 대통령 선거서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한 뒤 3년이 지나야 한다는 등의 결격 사유가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사 선정은 후보자의 방송 전문성 등을 판단하는 것이지, 후보자 발언이나 사상 등은 법적인 결격사유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정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임위원들이 정치권과 줄이 닿아있는 이상 청와대와 정당의 거수기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상임위원은 내년 총선 출마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상임위원들의 선거 출마나 유관기관으로의 이직 등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