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포털 뉴스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 언론사 연구의 권위자인 원로 언론학자 김민환(70)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여당의 ‘포털 때리기’ 등 인터넷 규제 시도와 관련해 “시민사회의 핵심은 여론인데, 정치가 이것을 감시·통제한다면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네이버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만든 편집자문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김 교수는 최근 새누리당 쪽에서 “정치적으로 야당 쪽에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며 근거로 든 이른바 ‘포털 보고서’(최형우 서강대 교수 연구팀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대해 “사회·정치 등 ‘카테고리’와 메르스·구제역 등 ‘이슈’를 같은 수준으로 분류하는 등 기초적인 방법론부터 신뢰성과 전문성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권력에 대한 감시가 언론 본연의 구실인데도, 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치대로라면 ‘중립’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이 오히려 문제”라며 “포털이 야당에 편향적이 아니라, 태도 판단이 안 될 정도로 단순히 보도를 옮기기만 하고 있다고 풀이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언론 핵심 역할은 권력 감시
여당 보고서 수치대로라면
‘중립’ 비중 너무 높아서 문제
“시민사회의 핵심은 여론입니다. 여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포털을 위협하는 행태를 보이는 건 정치 영역이 사회 영역을 식민지화하려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김 교수는 시민들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한국방송>(KBS)의 이사들이 “정치 영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을 이런 ‘식민지화’의 또다른 사례로 들었다.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정부가 최근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등록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포털이 제휴사 수를 줄이려고 하는 움직임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놨다. 그는 “매체가 많아지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문지기를 두고 일부 언론만 공론장에 들어가도록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지키되, 언론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적인 조처 등을 통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으로 가야죠.”
네이버의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지만, 김 교수가 포털을 비호하는 것은 아니다. “포털은 인쇄매체가 제공하는 뉴스를 헐값으로 긁어모아서 손님을 끌고, 검색이란 분야를 만들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죠. 만약 포털 미디어가 계속 언론 시장을 좌우한다면 대단히 큰 문제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는 “포털이 그동안 진 빚을 갚는다는 차원에서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예컨대 탐사·심층보도에 대한 지원, 특정 어젠다에 대한 전문 교육사업 등 언론의 기본 토양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존의 정파적인 언론 보도와 달리 포털 뉴스는 다양성·다원성을 획득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포털 뉴스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양성과 다원성은 늘 품질이나 품격과 대립하곤 합니다. 흥미 위주의 선정적 기사에 클릭이 몰리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죠. 지금보다 더 질 좋은 여론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이고, 이 대목에서 포털은 저널리즘에 도움을 줘야 합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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