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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당·정, 동시다발 ‘인터넷언론 규제’…정략적 공세 논란

등록 2015-09-17 21:24수정 2015-09-17 22:27

윤영찬 네이버 이사(오른쪽)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왼쪽은 이병선 다음카카오 이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윤영찬 네이버 이사(오른쪽)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왼쪽은 이병선 다음카카오 이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제3자 명예훼손’ 심의 요청 허용
포털 뉴스에 ‘정부 댓글’ 추진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까지

“내년 총선 앞두고
‘보수 편향’ 여론 지형 더 기울 것”
인터넷뉴스 심의기구까지 설립 검토
언론 통제 노골화
정부·여당 주도 아래 인터넷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의 ‘포털개혁론’, 인터넷 심의기구 설립 검토,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 제3자 명예훼손 심의 신청 허용, 정부·기업에 대한 오피셜 댓글 도입 등 인터넷상 언론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조처들이 최근 몇달 새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상에서 여권에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일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뉴스를 심의하는) 민간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분야에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처럼 공정성에 대한 심의권을 가진 기구가 필요하다”는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에 나온 답이다. 현재 언론에 대한 심의 규제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 영역에만 이뤄지고 있다. 신문 등 방송 외 영역은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인터넷 뉴스는 심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블로그 등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심의와 삭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명예훼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심의규정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현재는 대통령 관련 글에 대해 대통령만 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수사기관 등이 대신 할 수 있게 된다. 이 개정안은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효종 방심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추진되고 있다.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등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규제방안
정부 등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규제방안
문체부는 지난달 21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현재 ‘취재·편집 인력 3명 이상’에서 ‘5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한인 다음달 1일 이후 공표돼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 인터넷신문들은 1년의 유예기간 뒤 등록이 취소된다. 문체부는 “인터넷신문의 폭발적 증가로 과도한 경쟁, 유사언론 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도형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등록요건 강화로 현 인터넷매체의 85% 이상이 정리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는 “소규모 매체들은 기성 언론이 내지 않는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데,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 6월 문체부 국민소통실이 주도하는 ‘(정부) 온라인 대변인 정례회의’에 참석해, 기사 바로 아래에 반론을 덧붙일 수 있는 권한을 정부와 기업에 부여하는 ‘오피셜 댓글’ 서비스에 대해 정부 쪽에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후 ‘유보’ 입장을 밝혔으나, 다음카카오는 추진중에 있다. 경쟁사인 두 업체가 공동보조를 취한 것에 대해 정부 쪽 압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포털은 올해 안으로 학계, 언론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위원회는 두 업체와 뉴스·검색 제휴를 맺을 언론사에 대한 평가를 맡게 된다. 두 업체는 배경으로 ‘어뷰징’(동일한 기사를 조금씩 바꿔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행위)과 ‘유사언론행위’(협박성 기사로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포털 뉴스 서비스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 “공정성 심의 강화” 주장에
문체부 장관 “민간기구 설립 검토”
자율규제 원칙·표현의 자유 위협
기성언론·기업도 이해따라 거들어

최근 새누리당이 “포털이 야당 편향을 보이고 있다”며 공세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당수 언론 전문가들은 그동안 포털이 정부·여당 눈치를 보며 가치중립적 기사 위주로 편집을 해서 권력 비판 등 제대로 된 공론장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지난 5월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이 포털 뉴스 첫 화면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네이버와 다음의 지난 4월 <연합뉴스> <뉴시스> 등 통신 기사 점유율을 합치면 각각 39.7%와 36.4%나 됐다. 여당의 공세가 포털 길들이기용으로 비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한해 300억원 규모의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청와대 홍보수석실 뉴미디어정책 비서관과 문체부 국정홍보담당 차관보 자리를 신설해 보수 인터넷 매체 출신을 임명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엔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하는 기성언론과 언론의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들의 동조도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광고비를 요구하는 언론의 수를 줄이기 위해, 기성언론은 자신의 광고 수익을 지키기 위해 규제 드라이브를 거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지금의 움직임은 여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기성언론사·기업 등의 ‘시장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 등의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터넷 공론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종편·신문 등의 힘으로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여론의 운동장이 더욱 심하게 기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정치학)는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것처럼 인터넷은 ‘참여적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다. 정부가 이처럼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막는 방향으로 인터넷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언론정책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터넷 공론장 규제를 위해 청와대 또는 정부·여당이 함께 논의하거나 기획한 일은 절대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적절한 때가 되니까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나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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