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 지역에서 ‘지역언론’으로 활동하고 있는 <군포시민신문>(왼쪽)과 여성, 성소수자 등 소수의 목소리를 내온 <일다>(오른쪽)의 누리집 첫화면.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표되면, 이처럼 기성 언론이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내온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각 누리집 갈무리
경기도 군포 지역에 기반을 둔 <군포시민신문>은 1995년 종이신문으로 창간한 뒤 20여년 동안 3차례나 문을 닫는 어려움을 겪었다가, 올해초 인터넷신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종이신문 인쇄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김정대 발행인은 “지역 기업들도 기성 언론사들에게만 광고를 몰아주기 때문에 한달 광고수입이 6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 1000원 구독료’나 시민들의 후원금을 통해, 서버비용, 사무실임대료, 상근자 월급 등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고 있다. 기자는 10여명 정도 되지만, 한명 상근자 외에는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틈틈이 취재·보도를 하고 별도의 급여도 받지 않는다. 김 발행인은 “우리는 오직 지역 시민들의 ‘자기 희생’으로 운영되고 있는 매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다. 그는 “우리처럼 상시고용 없이 시민 참여로 취재·보도를 하는 소규모 매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며 “지역사회의 작은 목소리들이 사라져갈 판”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가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와 여론 다양성을 해친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21일 “과도한 경쟁,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기사를 빌미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 등을 이유로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취재 인력 2명을 포함해 취재·편집 인력 3명의 명부 제출’에서 ‘취재·편집 인력 5명 이상의 상시고용 증명’으로 바꾸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력 숫자도 늘었지만, ‘상시고용’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크게 바뀐 부분이다. 입법예고 기한인 10월1일이 지나면,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친 뒤 올해안에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등록하는 인터넷신문들은 바로 등록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기등록된 인터넷신문들은 1년 유예기간 동안 기준에 맞춰야 한다.
21일 전북민언련과 호남언론학회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은규 우석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문체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군소언론=사이버·유사 언론’이라는 왜곡된 시각을 전제로 깔고 있다. 저널리즘의 기능을 수행하고 실현하고 있는 작은 매체들이 사라져갈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군포 지역에서 ‘지역언론’으로 활동하고 있는 <군포시민신문>(왼쪽)과 여성, 성소수자 등 소수의 목소리를 내온 <일다>(오른쪽)의 누리집 첫화면.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표되면, 이처럼 기성 언론이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내온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각 누리집 갈무리
지난 8일에는 인터넷기자협회와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가 함께 토론회를 열고 문체부의 개정안을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언론·시민단체들도 지난 18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개정안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점환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제도권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추진됐다. 만약 등록요건을 맞출 수 없다면, 굳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을 하지 않고 언론 활동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규모 인터넷신문 입장에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식 ‘인터넷신문’으로 등록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사회적 인정’ 외에도 정부지원, 취재활동 반경 등이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성주의 저널’을 기치로 내건 인터넷신문 <일다>의 경우, 여성, 성소수자 등 소수의 목소리를 담아내왔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소액이지만 운영에 꽤 도움이 되는 규모의 지원금을 받아왔다. 만약 등록 취소가 되면 이런 지원들은 포기해야 한다.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 등을 취재하고 보도자료를 받고,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에도 제약을 겪을 수도 있다. 일다 발행인이자 기자인 조이여울씨는 “현재 상시 취재·편집 인력이 딱 3명인데, 이를 5명으로 늘리는 것은 재정 상황상 불가능하다. 기성 언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규모 인터넷매체들을 정부가 지원하기는커녕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인터넷기자협회는 한해 5명의 상시고용 인력에 드는 비용을 9000만원 정도로 추산할 경우, 연매출 1억원에 못 미치는 인터넷신문들은 등록요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이 현재 전체 인터넷신문사의 85%에 해당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체부는 인터넷신문의 난립 때문에 선정성 경쟁, 유사언론행위 등이 벌어진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민언련 등은 성명에서 “유사언론행위, 선정성 경쟁 등은 주류 언론에서 더 많이 하고 있어, 신문법 시행령 개정으로는 현재 인터넷 뉴스 시장의 폐해를 바로잡는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형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만약 문체부 원안대로 공표가 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