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대선 직후 문재인 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문화방송>(MBC) 대주주)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도 “문 대표는 한명숙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는데, (그에 견주면) 사법부 일부의 좌경화를 걱정한 내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상관없다(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국민 대다수는 내가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최근 ‘편파보도’ 논란을 일으킨 엠비시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 보도’에 대해서도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잡을 데 없는 보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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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0시에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장으로 출석한 고 이사장은 “‘문 대표는 공산주의자’ 발언한 것과 관련해 생각의 변화가 있냐”는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솔직하게 말하면 국감장이 뜨거워지고, 사실과 다르게 말하면 (문 대표가 나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여서) 법정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보수단체 모임에서 “부림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당시 변호를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분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부림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난 뒤에는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법부 일부 좌경화” 발언에 대해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됐다고 인식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기초 질서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견주면) 사법부 일부의 좌경화를 걱정하는 내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상관이 없다(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표의 한 의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정치화됐다. 사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고 말한 발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전 의원이 “방송·문화 부분에 대해 전문성도 없고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사고를 가지셨기 때문에 자진 사퇴를 하는 게 낫다”고 하자, 고 이사장은 “방송·문화 전문가는 엠비시에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방문진 이사장이 건전한 상식만 갖고 있으면 된다. 국민 대다수는 제가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의 이 같은 태도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집단으로 퇴장해 국감이 20여분 정도 중지되기도 했다. 국감이 재개되자 고 이사장은 “(전병헌 의원이 내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듯 말하는 것을 보고, 흥분해서 비유를 든다는 것이 제1야당 대표 예로 든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다시 재개된 국감에서는 박 시장의 아들인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문화방송 보도에 대한 고 이사장의 인식과 태도가 또다시 문제로 부각됐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일방의 주장만을 담은 문화방송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 잡을 곳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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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도에 지난 몇년간 병무청, 법원, 검찰 등 국가기관에서 여섯차례나 문제 없다고 판단한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며 지난달 14일 박창명 병무청장이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박주신씨 병역 관련해) 적법하게 심사했다”고 밝힌 사실도 제시했으나, 고 이사장은 “그것은 병무청장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아무리 소신이 강하다고 해서 병무청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정부 입장에 대해 ‘기관의 입장’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방위에서 고 이사장의 사퇴를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