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비시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최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공산주의자라고 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등 잇따른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문화방송>(MBC) 관리·감독기구) 이사장에 대해 방문진의 일부 이사들이 ‘불신임’ 입장을 밝히는 등 고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방문진의 야당 추천 이사 3명(최강욱·이완기·유기철 이사)은 8일 오후 2시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고 이사장은 자신의 이념적 편향성을 ‘통념’으로 강변하고 특정 다수를 ‘붉게 물들었다’는 식으로 폄훼해 국민적 공분과 국론분열을 초래했다. 이는 방문진 수장으로서 심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제출하며 다른 여당 추천 이사들의 동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이완기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감에서의 발언 등으로 고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앞으로 고 이사장이 주재하는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회가 이사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지만, 여·야 추천 이사들이 함께 ‘자진 사퇴’를 권고해 이사장이 물러난 사례는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2010년 3월 권력기관의 문화방송 개입을 시사한 “큰 집”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당시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 ‘자진 사퇴’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불신임’을 의결했고, 김 이사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2013년 1월에도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진 당시 김재우 이사장 역시 이사들의 권고로 자진 사퇴했다.
언론시민단체들도 고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언론시민단체들로 이뤄진 ‘엠비시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방문진 앞에서 고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고 이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앞선 7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한편,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방문진 이사장의 해임요건을 명문화하는, 일명 ‘고영주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영주법’은 △방문진 이사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명시 △이사와 이사장 선정절차 강화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징계 명문화 등을 담고 있다. 송 의원은 고 이사장 임명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이 없었고, 이사 임명절차가 투명하지 않아 책임지는 이가 없다. 또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권만 있고, 해임권이 명시되지 않아 아무리 문제가 있는 인사라도 해임이나 징계를 하기 어렵다”며 법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방송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방문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입법만 된 상태이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철저히 악용했다”며 “법의 미비를 바로 잡아 부적격 인사를 해임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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