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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우익 인터넷 매체 키운 정권…‘고영주들’ 공영방송까지 장악

등록 2015-10-13 19:24수정 2015-10-15 23:46

2000년대 온라인 창간 우후죽순
정부 광고 몰아주기로 급성장
청와대·정부부처 입성 세력 넓혀
“우리는 구멍가게와 같은 인터넷 언론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사이다. 펜을 든 싸움꾼, 병사다. (…) 자유국가, 자유정신, 자유의 삶을 빼앗아가려는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승리해야 한다.”

대선을 앞둔 2012년 6월,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4기 출범식에서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가 환영사로 한 말이다. 3년 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문화방송> 관리·감독기구) 이사장, 이인호 <한국방송> 이사장, 조우석 한국방송 이사 등은 ‘종북세력 척결’을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듯한 극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 대표의 말과 공영방송 이사 3명의 언행은 사실상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구멍가게와 같은 인터넷 언론’과 ‘대한민국 양대 공영방송’이라는 힘과 위상의 차이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하던 극우적 주장을 지금은 공영방송 이사들까지 거리낌없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념 대결’을 앞세우는 세력이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매체를 집중적으로 키우며 ‘미디어 장악’ 작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인터넷 매체는 2000년대 초기 인터넷 매체 창간 붐과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들의 약진에 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태동했다. 2004년 창간된 <데일리안>은 인터넷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을 인터뷰하는 성과를 냈고, 2005년 설립된 뒤 <조선일보> 출신인 인보길씨에게 인수된 뉴데일리는 2009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진출해 영향력 확대의 결정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신생 매체였던 뉴데일리가 네이버에 진출한 것은 하나의 ‘사건’처럼 받아들여졌고,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네이버에 압력을 넣었다는 ‘정치권력 개입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렇게 발판을 닦은 이들 매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물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9월 닐슨코리안클릭 자료를 보면, 월간 순방문자 수에서 뉴데일리는 143만명, 데일리안은 110만명을 기록해, <오마이뉴스>(150만명)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정부 광고 집행 현황에서도 성장세는 확연하다. 최근 배재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밝힌 자료를 보면, 정부 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재단은 지난 6년 동안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16곳에 5억940만원 규모의 정부 중앙부처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인터넷 매체 4곳에는 모두 5857만원의 광고가 집행됐다.


‘마구잡이 종북몰이’ 인물들, 청와대로 공공기관으로 ‘영전’

MB때도 보수파 중용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사상전쟁’ 앞장선 극우인물
공영방송 등 요직으로
“검증없이 제도권 유입 심각한 문제”

매체의 물적 성장과 함께 이들 매체에서 활약한 인사들이 정치권에 입성하거나 공공기관 등에 ‘자리’를 얻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데일리안·뉴데일리 창간에 간여했던 김영한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전력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0년 청와대를 출입하던 이길호 뉴데일리 기자는 청와대 온라인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홍보기획비서관 등을 지낸 이상휘씨는 2013년 데일리안 기자가 됐고, 현재 발행인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와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논객으로 활약하던 <문화일보> 출신 윤창중씨를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데일리안 창간을 주도한 민병호씨는 지난해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미디어펜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이의춘씨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신설한 국정홍보 차관보로 임명됐다. <데일리엔케이>의 편집국장을 지낸 손광주씨는 올해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정권의 적극적 지원을 받은 물적 성장과 인적 성장이라는 ‘투트랙 전략’의 성과는 “구멍가게와 같은 인터넷 언론”의 주장이 우리 사회의 담론 지형을 점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이념 전쟁’을 앞세우는 등 극단적인 이념 편향성에 매달리고 있고, 이런 흐름이 종편, 공영방송 등으로 점차 확산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인 양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보수 정부 아래에서 보수적인 인식을 가진 인사가 공영방송 이사직을 맡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영주 이사장, 이인호 이사장 등은 이른바 ‘종북세력’과의 이념 대립에 모든 문제의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이전의 공영방송 이사장들과도 사뭇 다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언론학자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전문성이 없는 대신 이념적 선명성만 뚜렷하다는 점인데, 그 배경에는 그동안 영향력을 확대해온 극우 성향의 인터넷 미디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매체의 기사나 칼럼을 보면, 노골적으로 ‘극우’ 성향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자주 눈에 띈다. 뉴데일리의 경우 2011년 1월 “조봉암의 평화통일론은 북한의 평화통일론에 동조하는 것이었다”며 진보당 조봉암의 재심 판결을 전면 부정하는 칼럼을 내보냈다. 지난해 10월에는 극우테러단체였던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모임과 관련해 “서북청년단을 비판하는 것은 대한민국 부정 세력”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뉴데일리는 2012년 10월 ‘헉! 5·18 북한군 개입설 증거사진 최초 공개’라는 제목으로 광주민주화항쟁에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일방적 주장을 기사로 내보냈는데, 그 뒤 2013년 5월 일부 종편이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 인터넷 매체가 이념 경쟁을 목적으로 내놓은 이슈가 결국 별다른 검증도 없이 공공재인 방송에까지 진출한 셈이다. 당시 이를 방송한 종편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를 받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자기 주장을 선명하게 내세워 동조세력을 쉽게 규합할 수 있다는 점이 원래 인터넷 매체의 속성이다. 그러나 신문·방송·종편 등 전반적인 여론 지형이 한쪽으로만 쏠려 있다 보니 인터넷 여론이 별다른 검증도 없이 제도권으로 마구잡이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영방송 이사들이 거리낌없이 ‘막말’ 수준의 발언들을 내놓는 것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쩌지 못한다”는, ‘미디어 장악’에 대한 극우세력의 자신감 표출이라는 지적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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