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KBS 이사. 한겨레 자료
“동성애는 더러운 좌파” 등의 ‘혐오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조우석 <한국방송>(KBS) 이사가 과거 “5·18은 호남을 볼모로 한 김대중의 장난”, “4·19 역시 혁명이라기보다 민주주의를 위해 이승만이 스스로 하야한 것” 등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29일 논평을 내고 “조우석 이사가 올해 5월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4·19 혁명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반인권, 반헌법, 반민주적인 인사인 조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또 “최근 시정연설에서 ‘역사왜곡이나 미화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조우석 이사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발행된 주간경향 1127호를 보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우파 인사들의 반응을 다룬 ‘한평생 반대하자던 뜨거운 맹세?’라는 기사에서 조우석 이사가 인터뷰 당사자로 나온다. 이 인터뷰에서 조 이사는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호남을 볼모로 한 김대중의 장난이었다. 4·19 역시 혁명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우남(이승만)이 스스로 하야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또 5·18 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극우진영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개연성은 높다고 생각하는데 물증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의견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이사는 앞선 4월 극우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노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발제문을 보면, 조 이사는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해 일어난 제주 4·3 사건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며 지난해 처음으로 정부 주관 행사로 치러졌다. 그게 정부 당국 스스로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 결과라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엔 광주 5·18을 둘러싸고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폭력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인 ‘제주 4·3 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광주민주화운동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조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확인해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주간경향 기사에 나온 발언 내용에 대한 현재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냐? ‘좌파 매체’에는 대응할 생각이 없으니 마음대로 생각하시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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