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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종편은 실버 영화관의 안방 버전

등록 2015-11-29 21:13수정 2015-11-30 10:50

티브이조선 예능 프로그램 <대찬 인생>의 한 장면.   티브이조선 제공
티브이조선 예능 프로그램 <대찬 인생>의 한 장면. 티브이조선 제공
[월요 리포트] 종편 4년-노장층 파고드는 종편

과거회귀적 감수성 자극도
“결정적 국면이 일단 지나가 버리면, 기존의 미디어 체제는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되고 그 정당성과 지속성은 거의 의문시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안정적인 시기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정책 논쟁들은 지배적인 제도를 지지하는 경향을 띠면서 대중적인 인지나 참여를 거의 끌어내지 못한다.”

저명한 언론학자 로버트 맥체스니가 <디지털 디스커넥트>(127쪽)에서 ‘결정적 국면’ 개념을 소개한 부분이다. 그 의미대로 지난 4년은 종편의 ‘결정적 국면’이었다. 종편은 시나브로 한국 텔레비전의 일상이 되었다. 시사보도만이 아니다. 종편 예능 또한 특정한 취향의 공동체를 만들었고 나름의 안정성을 획득했다.

종편 예능은 지상파 예능의 실책을 공략하며 틈새시장을 창출했다. 종편은 지상파 예능이 젊은 시청자에게 몰두하느라 간과한 중장년 및 노년 시청자를 (재)발견했다. 티브이조선의 <대찬 인생>, 채널에이의 <실화극장 그날>, 엠비엔의 <지혜의 한 수, 회초리>는 종편의 목표 시청자가 누구인지를 뚜렷이 지시한다. 중장년 및 노년 시청자들은 종편 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고 즐길 수 있었다. 종편은 실버 영화관의 안방 버전이었다.

북한 또한 종편이 지상파의 틈새에서 (재)발견한 예능의 소재였다. 한국방송(KBS)의 <남북의 창>이나 문화방송(MBC)의 <통일 전망대>가 보여준 경직성, 획일성에서 벗어나 종편은 <남남북녀>(티브이조선), <이제 만나러 갑니다>(채널에이), <남심북심 한솥밥>(엠비엔)을 통해 북한, 통일, 탈북민의 이야기를 살갑고 친근하게 오늘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보여주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으로, 종편 예능의 차별적 지점이었다.

그러나 종편 예능의 차별성은 동시에 문화정치적 성격을 갖는다. 중장년층의 사담과 과거 회귀적 감수성의 복권은 가부장의 복귀였다. 영화 <국제시장>의 1000만 흥행은 종편 예능 없이 설명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두드러지는 노회한 남성 정치인 중용은 종편 예능이 옛 스타를 환기하며 좋았던 시절을 회고하는 일과 대구를 이룬다. 예능의 소재와 대상으로 부각된 탈북민과 북한은 이주노동자들과 저개발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종차별 및 제국주의적 시선과 겹친다. 탈북민은 자주 탈북녀로 텔레비전에 등장했고, 북한은 새로운 체험의 처녀지에 가까웠다.

이와 별개로 제이티비시의 예능은 다른 종편들과 사뭇 달라 흥미롭다. <마녀사냥>,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히든싱어>는 흡사 1980~90년대 엠비시 예능 프로그램의 활력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엠비시가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 케이비에스와는 다른 예능을 선보였던 것처럼, 제이티비시는 지상파와 종편의 비대칭 규제라는 이점을 누리며 지상파가 할 수 없는 예능으로 젊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근 다른 종편들도 중장년층 이외의 시청자들을 유인하며 ‘결정적 국면’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연예인이 자녀들과 함께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티브이조선), 프리랜서 또래 여성 아나운서들의 해외여행 프로그램 <오늘부터 우리는 어깨동갑>(채널에이), 유명 음식점 셰프가 연예인들과 함께 요리하는 <야생 셰프>(엠비엔)가 그것이다. 익숙한 포맷과 익숙한 내용들이다. 그만큼 오늘의 종편이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되고 그 정당성과 지속성은 거의 의문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홍성일/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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