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시비에스’ 대기자
‘송건호 언론상’ 변상욱 ‘시비에스’ 대기자…10년째 ‘기자수첩’ 통해 시사해설
“언론민주화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치고 고생하신 선배·동료·후배들이 정말 많은데, 그들이 언론사에서 다 쫓겨나거나 사라진 안타까운 상황이라서 이런 귀한 상을 결국 내가 받게 된 것 아닌가 자괴감이 듭니다.”
‘제14회 송건호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된 변상욱 <시비에스>(CBS) 대기자는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의 기쁨보다도 당혹감을 먼저 나타냈다. 그는 “송건호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언론계 고참인 내게 작금의 언론 상황에 대해 되레 책임을 물으셨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선정위원회는 1일 “스스로 성찰하는 자세와 고도의 윤리성” 등 청암 송건호(1927~2001) 선생이 강조한 ‘언론인 주체의식’을 선정 기준으로 꼽았다. 그에 걸맞게 그는 ‘오늘날 언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변 대기자는 1983년 ‘시비에스’에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진보성향 개신교계의 지지를 받고 있던 시비에스는 그때 신군부에 의해 보도와 광고가 가로막히는 등 탄압을 받고 있었다. 그는 ‘프레스 카드’도 출입처도 없이 현장을 누비며 기자로서 역량을 키워나갔다. “재야 민주인사들이 방송에 많이 출연하던 시절이어서, 송건호 선생을 가까이에서 뵙고 말씀을 듣는 ‘대박’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신군부로부터 혹독한 고문을 받은 직후였는데, 한국 현대사를 정리하기 위해 꼼꼼히 자료를 수집하는 자세와 꼿꼿한 언론관 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 뒤 변 대기자는 인권·공해·도시빈민 등 지상파와 신문이 외면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주력했고, 87년 1월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때는 동료들과 방송국 주조정실을 막고 ‘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특집 생방송을 강행하는 등 민주화 국면에 큰 목소리를 냈다. 또 시사 문제에 대한 차분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담은 라디오칼럼 ‘변상욱의 기자수첩’은 2006년부터 10년째 대표적인 장수 코너다.
오늘날 언론 현실에 대해 그는 “시민들의 폭넓은 미디어 참여로 언론인의 지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데, 언론인들은 되레 언론사·언론사주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시대 언론인의 유일한 경쟁력은 ‘깊이와 통찰’인데, 이에 대한 자각 없이 수입과 직장내 지위 등에 연연하는 ‘월급쟁이’만 늘어가 언론의 앞날이 어둡다는 것이다.
변 대기자는 “과거 송건호 선생이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지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언론운동을 위해 시민사회와 언론인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영리 탐사 매체인 <뉴스타파>제작, 외부 팟캐스트 녹음에 참여하는 등 ‘시비에스’ 안팎에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언론인의 ‘정도’를 융합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좋은 기자가 좋은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가 꼽는 가장 큰 숙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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