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단체들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음원이 적합한지를 추천해주는 ‘음원 추천시스템’ 폐지를 내걸고 국내 음원시장의 5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멜론의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폐지한 상태이다. 음악단체는 추천시스템이 특정 음원을 추천하면 이용자들이 몰려 ‘승자 편승’ 효과가 만들어지고 시장이 왜곡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번 논쟁은 음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시장에서 추천시스템으로 무장한 디지털정보매개자(검색엔진, 앱시장, 음원시장 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시스템이란 1990년대부터 개발된 것으로 이용자의 행동데이터 등을 분석해서 이용성향을 미리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말한다. 추천시스템은 정보과잉 환경에 놓인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 즉,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선택의 편리함은 물론, 원하는 정보 또는 콘텐츠를 찾는 데 들어가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추천시스템은 이제 미디어시장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자 서비스가 되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온라인미디어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추천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보는 광고, 구글에서 읽는 뉴스, 아마존에서 검색되는 도서, 넷플릭스에서 추천하는 영화 등은 복합적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추천된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이 미디어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천시스템은 시장을 정말 왜곡하는가? 여기에는 두가지 대립하는 이론이 있다. 하나는 ‘승자독식 이론’이며, 다른 하나는 ‘긴 꼬리 이론’이다. ‘승자독식 이론’은 마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발표하면 그 자체가 유인효과를 가져와서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결국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휩쓸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긴 꼬리 이론’은 추천시스템에 의해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되어 시장이 세분화됨으로써 꼬리에 해당하는 소량판매 상품의 비중이 커지고 머리에 해당하는 베스트셀러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분명한 점은 추천시스템의 알고리즘이 시장에 어떤 방향으로든 매개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원시적인 추천 알고리즘인 콘텐츠 기반의 필터링(Contents based Filtering), 즉 콘텐츠의 고유 속성(장르, 주제, 등장인물 등)을 묶어서 연관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은 시장의 집중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현재 가장 널리 적용되고 있는 협업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은 시장의 집중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협업필터링은 특정 제품을 이용한 사람들의 성향은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용자의 구매나 검색 자료를 분석해 유사한 성향정보를 추출한다. 추천시스템의 효과는 시장과 제품, 그리고 알고리즘의 특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겠다.
음원시장에서 벌어지는 추천시스템의 문제는 미디어시장의 새로운 경쟁논리를 대변한다. 그것은 콘텐츠 유통의 길목을 차지하는 디지털정보매개자의 소프트웨어 또는 알고리즘이 시장구조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사람과 제도를 중심으로 미디어 공정성을 논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비인간행위자, 즉 소프트웨어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음원시장에 미치는 추천시스템의 영향을 좀더 체계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2015년의 마지막 사건이 2016년에 던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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