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한국방송 이사.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의 이사인 문화평론가 조우석씨가 자신이 주필로 있는 극우매체에 고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에 대해 ‘막말’에 가까운 내용의 칼럼을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이사는 신 교수의 부고가 전해진 16일 오후 극우 성향의 <미디어펜>이라는 매체에 ‘누가 신영복을 ‘좋은 지식인’으로 포장하나’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에서 조 이사는 “위장 지식인”, “골수 좌익 먹물” 등의 말로 신 교수를 폄훼하고, 신 교수에 대한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에 대해 “위장 지식인에 대해 이렇게 대중적 추앙을 유도하는 사회는 비정상이고 병든 사회가 분명하다” 등 ‘막말’에 가까운 주장을 쏟아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조 이사는 “‘엔엘(NL·민족해방) 정서’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 그 엔엘 정서를 상징하는 인물(신영복 교수)이 어제 갔다. (…) 비교적 일찍 간 편인데, 이 나라 미디어들은 이 ‘미스터 엔엘 정서’를 애도하느라고 법석이다” 등의 주장을 폈다. 또 “역사상 최대 간첩단인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저술로 젊은이들에게 끼친 해악은 무시무시하다”, “단 한 번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상을 전향한 바도 없는 이 골수 좌익 먹물인데, 이런 ‘위장 지식인’에게 대중적 추앙을 유도하는 사회는 비정상이고 병든 사회가 분명하다” 등의 주장도 내놨다. 과거 <중앙일보>가 신 교수와 관련한 장기 기획을 연재한 것, 지난해 <조선일보>가 신 교수를 ‘만해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해당 칼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지탄을 받자, 조 이사는 18일 오전 같은 매체에 ‘신영복 띄우기… 대한민국은 ‘좌파 동물농장’인가’ 제목의 새로운 칼럼을 게재해 신 교수에 대해 더욱 원색적이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조 이사는 최영미 작가가 과거 펴낸 시집 <돼지들에게>를 인용하며, “최 작가가 작품에서 ‘돼지-여우’에 빗대어 비판한 위선적 지식인이 바로 신영복”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조 이사는 이 매체의 주필로서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과거에도 칼럼과 토론회 발언 등을 통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동성애는 더러운 좌파”, “5·18은 호남을 볼모로 한 김대중의 장난”, “4·19 역시 혁명이라기보다 민주주의를 위해 이승만이 스스로 하야한 것” 등을 주장해 여러차례 ‘막말’, ‘혐오 발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방송 이사회의 야당 추천 소수이사들은 과거 발언들에 대해 조 이사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여당 추천 다수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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