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회견
원하는 대통령 모습이 이런 것”
‘질의응답’ 유출 언론 불신 퍼져
원하는 대통령 모습이 이런 것”
‘질의응답’ 유출 언론 불신 퍼져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에 대해 지상파 방송들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주력한 반면, 신문은 나름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기자회견 질문 내용과 순서가 사전에 조율됐다는 지적과 함께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끓어올랐다.
기자회견이 열렸던 13일 저녁 지상파 방송 3사는 주요 뉴스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3사 모두 스트레이트 기사로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는 데에만 헤드라인을 포함해 4~5개 꼭지를 할애했다. 3사 모두 보도 말미에 야당의 비판 목소리를 짧게 반영했을 뿐,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별도의 해설과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에스비에스가 ‘사드 배치’ 언급 배경에 대해 해설 기사를 냈고, 한국방송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관련 해설 기사를 냈지만, 주로 박 대통령의 ‘촉구’와 ‘호소’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방송은 별도의 해설 기사를 내지 않았다.
특히 한국방송은 14일 아침 <뉴스광장>에서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찬사’에 가까운 해설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백운기 해설위원은 “13명이나 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소화해, 거의 모든 현안이 망라됐다”,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기자회견,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런 것” 등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놨다.
반면 일간지들은 저마다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북핵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안일한 인식과 소통 부족이 주된 비판 대상이었다. <조선일보>는 14일치 사설에서 “북핵 대책은 안 보이고 국회·노동계 비판만 한 국민 담화”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대통령이 경제 현안과 관련된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상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북핵 “중국이 나서달라”, 경제 “국민이 나서달라”’를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아, 박 대통령의 ‘남탓’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는 기자회견 내용뿐 아니라 기자회견 ‘사전 조율’ 의혹 등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에 이어 기자회견 질의응답 순서와 내용 등이 담긴 문건이 유출됐고, 실제 기자회견이 거의 그대로 진행되는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매체 <ㅍㅍㅅㅅ>는 “(청와대 기자회견은) 사전에 승인된 질문과 대본으로 진행된다”, “외신 기자들은 거기에도 참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는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다” 등 청와대 기자회견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적나라한 사회관계망서비스 대화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주류 언론’은 대부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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