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MBC 부당해고 파문
이상돈 교수 인터뷰
이상돈 교수 인터뷰
“박근혜 정부 들어 고영주·이인호 등 방송·언론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들이 공영방송 이사장이 됐잖아요. 박 대통령이 과거 문화방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해 ‘자기방어’를 하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29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방송>(MBC) 관련 약속을 파기한 것에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뿐 아니라 국민통합 부분에서 박근혜 정부가 신뢰와 원칙을 무너뜨린 큰 분기점”이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던 이 교수는 2012년 문화방송 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일 때 박근혜 당시 의원으로부터 ‘노조가 파업을 풀면 문화방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노조에 전달하는 등 ‘메신저’ 구실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시사주간지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밝히기도 했다.
2012년 MBC 노조파업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메신저 역할 “박대통령 노조와 약속 깨고도
파업중단 수혜는 누려 공영방송 제대로 굴러가려면
이사진 여야 동수로 하고
정치중립적 이사장 체제로” 파업이 한창이던 2012년 6월께 이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가장 유력한 여당 대선 주자로서 공영방송 파업을 수습해야 한다. 문화방송 노조도 ‘김재철 해임’을 약속하면 파업을 접을 수 있다”고 조언했고 “노조가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하면 모든 문제는 순리대로 풀려야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받아 노조 쪽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7월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이사 구성을 통해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 선임된 이사들을 접촉해봐도 ‘김재철 해임’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방문진 이사 9명은 통상 청와대·여당·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하는데,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이사 추천권을 청와대에 넘겨 논란을 빚었다. 이 교수는 “방문진 이사 교체가 제대로 안 된 데에는 이한구 원내대표 등 정치권과 당시 청와대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약속을 파기하고도 문화방송 파업 중단에 따른 수혜를 누렸다. 당시 민간인 사찰, 내곡동 사저 문제 등으로 19대 국회가 개원도 못 하고 있던 상황에서, 또다른 주요 현안이었던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 중단은 여야가 개원 협상을 타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출마 선언 시점을 저울질해오던 박 대통령은 개원이 성사되자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고 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계획적으로 약속을 어겼다고 보진 않는다. 청와대, 당내 여론 등에 대응할 방법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덥석 해결을 약속했다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으니까 약속 파기로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은 당선된 뒤에라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대응이 최상의 대응’이란 전략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 뒤로 문화방송의 보도·시사 기능이 심각하게 약화됐는데, 이는 문제를 방치해둔 결과라는 지적이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 등의 공영방송 이사장 인선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 약속을 파기한 뒤 아예 적극적으로 이를 뒤집은 것처럼 지나치게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 교수는 “이사진을 여야 동수로 하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온 위원장 1명이 이를 이끄는 체제”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특별다수제’(사장 임명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보다도 급진적인 안이다. 다만 그는 “이젠 문화방송에 대해 ‘공영방송’일 필요성이 있느냐는 회의까지 나온다”며 문화방송 문제가 쉽사리 풀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박근혜 대선후보 메신저 역할 “박대통령 노조와 약속 깨고도
파업중단 수혜는 누려 공영방송 제대로 굴러가려면
이사진 여야 동수로 하고
정치중립적 이사장 체제로” 파업이 한창이던 2012년 6월께 이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가장 유력한 여당 대선 주자로서 공영방송 파업을 수습해야 한다. 문화방송 노조도 ‘김재철 해임’을 약속하면 파업을 접을 수 있다”고 조언했고 “노조가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하면 모든 문제는 순리대로 풀려야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받아 노조 쪽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7월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이사 구성을 통해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 선임된 이사들을 접촉해봐도 ‘김재철 해임’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방문진 이사 9명은 통상 청와대·여당·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하는데,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이사 추천권을 청와대에 넘겨 논란을 빚었다. 이 교수는 “방문진 이사 교체가 제대로 안 된 데에는 이한구 원내대표 등 정치권과 당시 청와대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약속을 파기하고도 문화방송 파업 중단에 따른 수혜를 누렸다. 당시 민간인 사찰, 내곡동 사저 문제 등으로 19대 국회가 개원도 못 하고 있던 상황에서, 또다른 주요 현안이었던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 중단은 여야가 개원 협상을 타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출마 선언 시점을 저울질해오던 박 대통령은 개원이 성사되자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고 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계획적으로 약속을 어겼다고 보진 않는다. 청와대, 당내 여론 등에 대응할 방법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덥석 해결을 약속했다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으니까 약속 파기로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은 당선된 뒤에라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대응이 최상의 대응’이란 전략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 뒤로 문화방송의 보도·시사 기능이 심각하게 약화됐는데, 이는 문제를 방치해둔 결과라는 지적이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 등의 공영방송 이사장 인선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 약속을 파기한 뒤 아예 적극적으로 이를 뒤집은 것처럼 지나치게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 교수는 “이사진을 여야 동수로 하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온 위원장 1명이 이를 이끄는 체제”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특별다수제’(사장 임명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보다도 급진적인 안이다. 다만 그는 “이젠 문화방송에 대해 ‘공영방송’일 필요성이 있느냐는 회의까지 나온다”며 문화방송 문제가 쉽사리 풀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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