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엠비시(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문진 여당쪽, 조사 요청 꺼려
방통위 여당쪽선 “개입 부적절”
방통위 여당쪽선 “개입 부적절”
‘백종문 녹취’로 불거진 <문화방송>(MBC) 경영진의 ‘불법’ 의혹과 관련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논의를 뒤로 미루거나 개입을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화방송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4일 오후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 녹음 공개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했다. 앞서 백 본부장이 2014년 외부 인터넷매체와 만나 “최승호·박성제는 증거 없이 해고했다” 등의 말을 한 녹음파일이 공개돼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야당 추천 유기철·이완기·최강욱 방문진 이사들은 이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으나, 여당 추천 이사들은 “녹취록 전문을 입수해 검토해보지 않은 이상 논의가 불가능하다”며 실질적으로 논의 자체를 뒤로 미뤘다. 김광동 이사는 “편향되고 의도를 가진 쪽(매체)에서 보도했고 녹음 내용이 편집도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로 예단할 수 없다”며 관련 보도 자체를 불신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결국 방문진은 오는 18일 정기 이사회 때까지 녹취록 전문 등을 검토한 뒤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문화방송 관련 사안을 논의했으나, 다수인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방통위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문화방송 경영진이 편성권을 침해하는 등 방송법 4조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으므로, 불법 해고 및 방송의 공적 책임 저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진상규명 차원에서 문화방송·방문진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자”고 의결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방통위 직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결 안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석진 여당 추천 상임위원은 “정부 기관이 시민단체 등 한쪽 주장에 편승해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되는 데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엠비시(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사회가 열리기 앞서 방문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문진은 불법 해고, 편성 개입, 부당거래 책임자인 안광한 사장을 당장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5일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을 노동법·방송법 위반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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