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 일방통행에 항의…80% 찬성
2012년 단협 해지뒤 4년째 ‘무단협’
사쪽 ‘저성과자 해고’ 단협안 제시
2012년 단협 해지뒤 4년째 ‘무단협’
사쪽 ‘저성과자 해고’ 단협안 제시
4년째 ‘무단협’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문화방송>(MBC)에서 노조가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문화방송 노조)는 지난 14~1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한 결과, 투표율 93.26%에 찬성률 79.67%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18일 밝혔다.
문화방송은 김재철 전 사장 시절인 2012년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한 뒤로 계속 무단협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임금협상, 단체협상 과정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기한 종료를 빌미로 조능희 본부장 등 노조 전임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려 “노조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고, 지난달 조정이 중지되어 ‘쟁의권’을 갖게 됐다. 당시 중노위는 “노조의 ‘공정방송’ 관련 제안 고려, 적정 근로시간면제 허용” 등을 회사 쪽에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노조에는 해직자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지만, 실제 쟁의에 돌입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 노조는 “‘한 손엔 파업권’을, 다른 한 손엔 ‘협상 카드’를 쥐고 회사와의 단체교섭을 유연하고 지혜롭게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협상 타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는 가장 최근 협상 자리에서 ‘공정방송’ 관련 조항을 아예 없애고 이른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넣은 단협안을 제시했다. “노예계약”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로 노조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안이다.
여기에 ‘백종문 녹취록’ 파문, 대규모 인사 배치에 대한 ‘부당전보’ 논란 등 갈등을 빚는 현안들도 겹쳐 있다.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더디지만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 모임인 ‘엠비시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는 22일 백 본부장을 방송법·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노조는 “다음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을 때 회사 쪽은 “회사를 위협하고 조합원들의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 “파업 정치 쇼” 등의 비판을 내놨다. 투표 과정에서 서울 상암동 사옥의 보안인력이 광장에 설치된 기표소 주변을 촬영해 ‘감시’ 논란도 일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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