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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대통령 ‘총선 개입’ 보도 않는 언론 / 장행훈

등록 2016-03-21 20:31

총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 선거는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며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법을 만들 국민의 대표를 투표로 뽑는 행사다. 국민은 투표하기에 앞서 우선 누가 자기의 권리를 가장 잘 지켜주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정직한 인물인지 알아야 한다.

중국에서 처음 선거가 실시될 때 중국인들은 어떻게 자기가 경쟁자보다 더 유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면서 후보로 나서기를 꺼렸다는 일화가 있다. 지금 그런 겸양지덕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칭찬보다 오히려 조소거리가 될 것이다.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을 잘 해야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세상이다. 따라서 국민을 속이는 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의원 후보들을 미리 점검해서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그런데 언론은 4·13 총선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가?

이번 총선은 처음부터 혼란의 연속이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그렇다. 총선에 출마할 후보 선정을 놓고 전례가 드문 잡음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지망생이 많아 당 지명을 얻으려는 후보들이 많다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문제는 국민을 대표해서 정부의 월권을 감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보장해야 할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데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개입해서 일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의원 후보 선정에 개입하는 것은 3권 분립에 어긋나는 일이며 국회를 행정부의 2중대로 격하시키는 행위나 같다. 그렇지만 언론은 그것을 떳떳하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언론들을 모니터하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팀이 지난주 작성한 ‘15차 주간보고서 2’는 “‘비박 살생부’ 논란과 윤상현 막말 녹취록 파문 등으로 본격화된 새누리당의 공청 파행 양상의 본질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청와대의 공천 개입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해당 문제의 책임을 청와대가 아닌 이한구 공천위원장에게 떠넘기며 ‘물타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하여 윤 의원에게 먼저 ‘그만두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민언련 보고서는 이같은 보도들이 “청와대를 향한 조·중·동의 충성심 경쟁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청와대의 개입을 좀 더 명확하게 지적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조·중·동의 미묘한 표현 차이는 세 신문의 지면 전체에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총선 후보 선정 문제에 대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때로는 민언련 같은 시민사회의 모니터 내용을 읽을 필요가 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민언련 모니터는 방송 분야에서 <한국방송>(KBS)이 지난주 연일 ‘북풍 몰이’ 보도를 한 점을 지적하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보수층을 집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은 17일 우리 영해를 지나간 선박 관련 보도에서 “몽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화물선 ‘오리온 스타’가 남해를 지나가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민언련은 “‘오리온 스타’가 국적 위장의 북한 선박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 정부나 여당의 선거방송처럼 행동한다면, 한국 언론의 해외 신뢰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 한번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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