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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소문난 덕분에 ‘더민주’ 홍보영상 의뢰도 받았지만…”

등록 2016-03-23 18:54수정 2016-03-24 09:56

국범근씨.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국범근씨.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짬] 19살 ‘1인 미디어’ 운영자 국범근씨
올해 재수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들어간 국범근(사진)씨는 빠른 1997년생이다. 만 19살, 이 풋풋한 대학 새내기만큼 10대 후반의 삶을 인상적으로 겪어낸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3년 전인 고교 2학년 때 페북과 유튜브에 개설한 ‘쥐픽쳐스’(G-PICTURES)의 영상 콘텐츠는 또래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 페북 좋아요가 5만을 넘었고 유튜브 구독자도 2만2천명이나 된다.

그가 지난해 만든 ‘교육부의 유관순 영상’ 패러디물은 기성 언론도 주목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지난달 새로 시작한 ‘범근뉴스’ 영상 기획에 골몰하고 있는 이 청년을 2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고2때 페북·유튜브에 ‘쥐픽쳐스’ 개설
‘좋아요’ 5만·구독자 2만2천명 ‘인기’
대학 새내기로 최근 ‘범근뉴스’도 시작

‘한겨레’ 보며 어릴적부터 ‘사회’ 관심
‘정치병·진지충’ 놀림에 ‘유머’로 소화
“청소년 생각 끌어내는 담론 창구 목표”

지난 2월10일 이후 6회째 올라간 범근뉴스의 영상 제목을 보자. ‘새누리당 예비후보 조은비, 청년의 친구인가 아닌가?’ ‘학교에서 <송곳> 보여줬다고 경고? 고딩에게 송곳을!’ ‘마이 리틀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대체 뭔데?’…. 혼자 다 만드는 이 영상 속에서 그는 격정과 예리함을 갖춘 청년 해설위원으로 목청을 높인다. 내용을 깊이 살피고 그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재미도 있어야 한다. 아이돌 연습생 경연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비판하는 영상에선 지난해 자신의 연세대 낙방 경험기를 유쾌하게 곁들인다.

“주요 타깃층이 18~24살 청소년입니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들이 뭔가 고민해서 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풀어주려 합니다.”

그는 고3 때 무려 40개의 영상물을 만들었다. 친구들 공부할 때 홀로 책 읽고 영상 편집하며 밤을 밝혔다. 고2때 만든 ‘데뷔작’ <프레지던트>는 보궐 선거로 학급대표를 뽑는 얘기인데, 유력 후보가 학교 선도부를 동원해 바람몰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빗댄 설정이다.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도마 위에 올리는 다른 영상물들 역시 묘사나 풍자의 수준이 상당하다.

“교사인 부모님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컸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한겨레>를 계속 구독하고 계시죠. 그런 집안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죠.” 꽤 많은 고교 친구들이 배우로 등장한다. 그들도 같은 생각이었을지 궁금했다. “그때 친구들은 출연만 했죠. ‘유시시’ 활동하면 학교생활부에 반영되니 처음엔 적극적이었는데 고3이 되면서 많이 이탈했죠.(웃음) ” 또래들로부터 가끔 ‘정치병’, ‘진지충’이란 놀림을 받기도 했단다.

영상 제작자로서 그의 큰 매력은 유머다. 수능을 ‘쾌변능력시험’에 빗대 만든 영상이 있다. 수능에 모든 걸 다 거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텐데, 괄약근 파괴로 쾌능 시험에 떨어진 출연자가 이런 마무리 멘트를 한다. “저는 낙오자입니다. 끝없는 똥냄새에 갇힌 여러분의 대오가 안녕하길 빕니다.”

10분 코믹극 영상에서 3분 가량 홀로 진행하는 범근 뉴스로 포맷을 바꾼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다룰 수 있는 뉴스를 하자고 생각했죠. 극은 완결된 형태로 봐야 하는데 에스앤에스 시대에 어울리지 않죠. 옛 패러다임이죠. 품도 너무 많이 들고요.”

요즘 그의 주요 무대는 에스앤에스다. “에스앤에스를 통해 인간관계 양상이 많이 달라졌죠. 영상이나 사회이슈 등 관심사별로 인맥이 생기면서 활동이 풍부해지고 새 기회도 생겼어요.” 그는 페북 기반 청년대안 매체인 <청춘씨:발아> 운영진과도 협력하고 있다. 20대 중반인 이들과 알고 지내면서 기성 언론인들과의 네트워크도 생겼다. “저널리즘 쪽 분들에게선 제가 갖지 못했던 통찰도 얻었죠.”

그의 영상제작 이력은 중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상은 시각, 청각이 다 들어갑니다. 제가 전하려는 바를 가장 풍부하게 전할 수 있어요. 감독부터 배우, 개그맨까지 제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또래들에게 그는 ‘메시지가 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특별한 인간형이다. “웃기고 재밌는 콘텐츠는 세상에 너무 많아요. 저는 딱딱하고 지루해보이는 사회 이슈들을 재밌게 풀어주고 싶어요. 저만의 미디어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통해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요.”

그는 올해 <쥐픽쳐스> 좋아요를 10만개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렇게 얻은 영향력으로 뭘 하고 싶은 걸까. “청소년들이 아직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솔직히 발언하기 힘든 사회구조입니다. 교육감 투표권도 없잖아요. 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담론 창구가 되고 싶어요. 범근뉴스 댓글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가 4회째 만든 한국역사인물 랩배틀은 일부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도 활용한다고 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영상물 제작 의뢰도 간간이 있다. 지난달엔 더불어민주당에서 홍보 동영상 제작을 부탁했으나 “여건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당분간은 돈 되는 일은 최소화하고 범근뉴스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수입을 묻자 “유튜브에서 한달에 많을 때 10만원 가량 나온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에스비에스 스페셜-연예하는 아이, 불편한 부모> 다큐에 부모와 함께 나갔다. 자신의 관심사에 열중하느라 진학에 힘을 쏟지 않는 자녀와 이를 불편하게 보는 부모의 갈등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출연 뒤 부모님도 조금 바뀌었죠. 그런데 한달 뒤엔 바로 ‘대학 가라’고 하시더군요.”

두 차례 수능을 본 그는 “수능시험장에 간 것은 아이들의 긴장, 숨막히는 상황을 체험하려는 정도의 의미였다. 결과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수업을 잘 챙겨듣고 있지만 “졸업을 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 경험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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