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5일 한국방송 <뉴스9>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머리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한겨레, 지상파 3사 메인뉴스 분석
석달간 ‘북한뉴스’ 521꼭지 25% 차지
MBC·SBS에 견줘 압도적 많아
북 내부 동정·군사적 대응에 집중
‘청와대 공천개입’ 등 중요 사안 뒷전
사내 심의실 “안보 위기 자극” 비판
석달간 ‘북한뉴스’ 521꼭지 25% 차지
MBC·SBS에 견줘 압도적 많아
북 내부 동정·군사적 대응에 집중
‘청와대 공천개입’ 등 중요 사안 뒷전
사내 심의실 “안보 위기 자극” 비판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이 안보 위협을 부풀리는 방식의 ‘북풍 몰이’ 보도를 하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이 높은 가운데, 실제로 한국방송의 북한 관련 뉴스 보도량이 다른 지상파 방송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하루 평균 6.4꼭지…압도적 분량 <한겨레>가 올해 1월1일부터 3월21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뉴스프로그램을 분석해보니, 한국방송은 모두 521꼭지의 ‘북한 관련’ 뉴스를 내보내, 332꼭지인 <문화방송>(MBC), 308꼭지인 <에스비에스>(SBS)를 월등히 앞섰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이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를 강행하는 등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돼, 보도량 자체가 많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방송은 다른 언론사들에 견줘볼 때에도 유독 북한 관련 뉴스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평균 6.4꼭지를 북한 관련 뉴스에 할애했는데, 메인 뉴스프로그램의 꼭지 수가 하루 25개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대략 25%에 달한다.
내용에 따라 뉴스 꼭지들을 분류해보니, 한국방송은 ‘북한 내부 동정’(79건, 15.16%), ‘군사적 대응’(63건, 12.09%), ‘북한 돈줄’(25건, 4.80%) 등의 사안들에 특히 보도를 집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F-22 랩터 4대 한반도 전개…“대북 경고”’(2월17일 머리기사), ‘한미 해병대, ‘북 내륙 진격작전’ 집중 훈련’(2월21일 머리기사), ‘북 외화벌이 충격 영상…간부는 카지노서 ‘펑펑’’(2월15일 머리기사) 등의 보도들이 눈에 띈다.
■ ‘안보 위기’ 부채질하나 ‘북풍 몰이’ 지적에는 보도 내용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반영되어 있다. 북한이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다음날인 2월8일,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해 퇴각시킨 바 있다. 당시 한국방송은 이를 머리기사(‘북 경비정 NLL 침범…경고사격에 퇴각’)로 앞세우고, 연평도를 찾은 취재 기자가 “자칫 있을지 모를 북의 도발”을 언급하는 등 관련 꼭지를 4개 연이어 보도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이 모인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는데도 긴장 상황을 과장해 이미 추가 도발이 임박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3월15일에는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북한 방송을 인용해, 머리기사(‘북 김정은 “곧 핵탄두 폭발 실험…재진입기술 확보”’)와 4개의 관련 꼭지로 다뤘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혔지만, 이 내용은 마지막 꼭지에서야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최근 낸 특보에서 “이처럼 북한의 위협을 한껏 과장한 뒤 객관적 검증이나 진위 파악을 위한 정보는 슬쩍 뒷전으로 미루는 식의 보도 행태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 북한 뉴스에 밀린 보도들은? 북한 관련 뉴스에 치중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사안들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한국방송 심의실에서 낸 3월17일치 ‘외부 모니터’를 보면, “톱뉴스가 북한 관련 기사였고, 6개나 전한 뒤 새누리당 공천 갈등을 다뤘으나 청와대 개입 등 핵심 쟁점은 짚지 않고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사태를 희석했다”,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상 (갈등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등의 지적이 실렸다. 3월19일치 외부 모니터에는 “새누리당 공천 상황의 계파 갈등에 대해선 약화시켰고,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정황을 들어 추가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해 안보 위기를 높였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한국방송은 2016년 ‘평화통일 시대로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송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데, 최근 북한 관련 보도 행태를 보면 되레 안보 불안, 전쟁 위협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총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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