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출범한 ‘한겨레 부산 주주·독자클럽’은 <한겨레> 열성독자들의 모임이다. 부산지역에 사는 한겨레 독자들이 “‘한겨레’를 통해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구독을 권유하자”는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올해 초 2대 회장으로 선출된 서금성(71) 회원은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을 권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스스로 짊어졌다. “‘한겨레’에 대한 우리들의 확신을 전달하면 잘될 것입니다.” 그가 이처럼 자신하는 ‘확신’이란 “‘한겨레’가 널리 읽혀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통일시대도 앞당겨진다”는 신념이다. 지난 주말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그를 만났다.
흥남철수때 피난 와 ‘가난’과 사투
‘재건중’ 다니며 신문배달 등 ‘알바’
“분단 체험 탓 ‘민족 자각’ 깊어져”
88년 ‘한겨레’ 창간때부터 평생 독자
“민주·인권·통일…‘한겨레’ 보면 해법”
지난해 모임 결성해 ‘기자 초청’ 강연
서 회장은 어느 주제에서나 막힘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문제나, 경색된 남북관계 이야기나 그는 거침이 없었다.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확고히 서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처럼 ‘세상 보는 자기만의 눈’을 지니게 된 것은 신문 읽기, 특히 ‘한겨레 읽기’를 통해서라고 말했다. 그가 신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가족은 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린 시절은 한마디로 ‘가난’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1·2·3학년 각각 다른 재건중학교에 다닐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신문배달을 하고 아이스케키를 판매하면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습니다.”
재건중학교는 60년대 가난한 학생이나 부랑아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였다. 그는 신문배달을 하는 틈틈이 신문을 읽었다. 월남 가족으로서 분단에 대한 체험이 누구보다 깊었기 때문일까. 그는 그런 치열한 삶 속에서 ‘우리 민족’에 대한 자각이 조금씩 움트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뒤 생활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 66년부터는 ‘아모레’ 화장품 행상을 시작했다. 열심히 일한 덕에 8년6개월 만에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후 22년 동안 본사 근무를 하다가 96년에는 특약점을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모레 쪽이 대리점들에 대해 ‘갑질’을 하자 2007년에는 이에 대항해 농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중에도 인권·민주주의·통일 등과 관련된 모임에는 늘 관심을 기울였고 큰 행사 때는 열 일을 제쳐놓고 참여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생업에 매몰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신념을 키워온 힘의 원천 중 하나가 ‘한겨레’라고 했다. “‘한겨레’의 기사들이 제 생각들을 발전시키는 촉매가 됐습니다. 민족, 역사, 통일 등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88년 창간 때부터 ‘한겨레’를 봐왔다. 지금까지 매일 기사 하나하나를 소중한 보물 다루듯 읽고 있다는 그는 “‘한겨레’에는 주옥같은 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도 1위 신문 ‘한겨레’를 만드는 필진들의 진솔한 글들이 제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그것이 ‘한겨레’에 대한 지독한 애정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통일’이다. 그는 “우리 민족이 남북통일이 된다면 세계적으로도 주도적으로 할 일이 많을 텐데…”라며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아쉬워한다. 그는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방법도 ‘한겨레’ 독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디 남북관계뿐인가. 민주주의나 삶의 질 문제도 ‘한겨레’의 주장이 널리 퍼질수록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더욱 넓게 읽히면서 더 많은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을 알게 되면 결국 민중들의 삶이 나아질 것입니다.”
서 회장은 부산 주주·독자클럽에 참여하면서부터 이런 확신이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고 한다. “회원 한분 한분의 ‘한겨레’에 대한 애정이 모두 대단합니다. 전 그분들을 섬기고 그분들과 같이 발전하기 위해 애쓰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주주·독자클럽 회원들은 매달 한차례씩 모여 ‘한겨레’의 좋은 기사와 사설을 공유하고 독자를 어떻게 늘릴까 토론한다. 두달에 한번씩은 ‘한겨레’ 기자들을 초청해 회원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회도 연다. 오는 31일에는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가 부산 초량동 와이엠시에이(YMCA) 강당에서 ‘4·13 총선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올해 두 가지 바람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부산 주주·독자클럽에 젊은 회원들의 참여를 늘리고, 또 하나는 부산 주주·독자클럽 같은 모임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는 것이다. “부산 주주·독자클럽의 ‘한겨레’ 권유운동은 이 시대의 인문운동이며, 더 나아가 사회개혁운동이니 참여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강연회 참가 신청 010-4800-7899.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