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 한국방송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여당 보도에는 ‘계파’ 등 가치중립적 단어 사용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방송>(KBS)이 야당 내부 갈등을 전달할 때에만 ‘패권’, ‘운동권’ 등 특정한 가치 판단이 포함된 단어를 쓰는 등 “여당 편향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1일 오후 발표한 ‘총선보도감시 모니터’ 보고서에서 “1월1일부터 3월29일까지 한국방송 보도국 정치외교부가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9>을 통해 보도한 리포트 383건을 모두 분석해본 결과, 야권 또는 야당의 내분을 전달할 때만 ‘패권’, ‘운동권’ 등의 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전체 383건의 정치부 리포트 가운데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는 모두 16건인데, 이 가운데 7건의 리포트에 ‘패권’이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했다. 또 ‘친노’라는 단어가 들어간 리포트에서 ‘운동권’이란 단어는 17번 발견됐다. 새노조 총선감시단은 그동안 여당이 ‘패권’, ‘운동권’ 등의 말로 야당을 공격해왔던 사실을 들어, “한국방송 뉴스가 야당을 묘사하는 방식이 여당의 시각과 선거 전략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총선감시단은 지난 3월10일 ‘더민주, 정청래 등 5명 공천 배제… “친노 세력 여전”’ 제목의 리포트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현역의원 5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한 당시 리포트에는 “최민희 등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우원식, 이인영, 우상호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단수공천이 확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김종인 대표가 강조해온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총선감시단은 “‘친노=운동권=패권주의’라는 등식의 적용이 마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비판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체 383건의 리포트 가운데 ‘친박’ 또는 ‘진박’ 등의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는 모두 39건이었는데, 여기에는 단 한 번도 ‘패권’과 같은 단어가 쓰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계파’, ‘갈등’과 같은 가치중립적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총선감시단이 사례로 제시한 지난 3월14일 ‘3선 서상기·주호영 등 대구 4명 공천 배제’ 제목의 리포트를 보면, “새누리당이 친박계 중진인 서상기 의원을 비롯해 대구지역 현역의원 네 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습니다”(앵커멘트), “진박 논란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서상기,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등 의원 4명을 공천 배제했습니다”(기자 리포트),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인터뷰) 등 가치중립적인 표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총선감시단은 이에 대해 “야당의 내분은 ‘친노’, ‘운동권’의 ‘패권(주의)’이 문제라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반면, 여당의 내분은 ‘패권’이 아닌 ‘반발’, ‘신경전’ 같이 가벼운 갈등 상황으로 묘사됐다는 것이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며, “보도 책임자들은 이 같은 여당 편향적 보도 태도에 책임을 지고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KBS가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에서 야당의 내분을 묘사하는 용어로 사용된 단어들. 출처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KBS가 ‘친박(진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에서 여당의 내분을 묘사하는 용어로 사용된 단어들. 출처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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