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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 자유” 외치는 MBC, 왜 이리 낯설까

등록 2016-04-19 17:48수정 2016-04-19 19:59

‘박 시장 아들 보도’ 방심위 징계 받자
문화방송 “언론자유 침해” 헌법소원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보도 심의 결과에 헌법소원 제기

<문화방송>(MBC)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및 제재를 규정한 방송법 조항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를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됐는데, 사실상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현행 방송 프로그램 심의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문화방송은 지난해 10월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한 <뉴스데스크> 보도가 방심위에서 ‘공정성’ 위반으로 ‘의견제시’(행정지도)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올해 1월1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의 핵심 취지는, “방심위의 의견제시 결정 등을 허용하는 법률조항(방송법 제100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며, 이에 근거한 지난해 10월 방심위의 의견제시 결정도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률조항이 합헌이라도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한 결정은 법률조항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함께 ‘의견제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문제가 된 보도는 지난해 9월1일 뉴스데스크에서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수사’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리포트다. 리포트는 “검찰이 시민단체의 고발로 박 시장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며 “(박 시장 아들이 공개 검증에서 찍은 엠아르아이 사진에 대해) 일부 전문의들이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개 검증 뒤 검찰이 박 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 등은 빼놓고 의혹 제기에만 무게를 실어, ‘편향된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방심위 심의에서도 ‘반론권 보장이 없었다’ 등의 지적과 함께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받았다.

방심위의 결정은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행정지도는 법정제재와 달리 법률적 근거도, 강제력도 없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 전례가 없었다. 그런데 문화방송이 이번에 낸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은 행정지도인 ‘의견제시’ 결정이 사실상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록 기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언론사로서는 문제를 제기할 법한 사안”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강제력 없는 행정지도라 하더라도 충분히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가기관이 방송사를 징계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재단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짚었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한국외대 강사)은 “사실상 준정부기관인 방심위가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현행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심의냐 검열이냐, 자율 심의냐 타율 심의냐 등 앞으로 복잡한 논쟁거리를 부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행 심의 체계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헌법소원 제기의 도화선이 된 문화방송의 보도에 대한 비판 역시 여전하다. 특히 문화방송 회사 쪽이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내부 구성원들의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경신 교수는 “문제가 된 문화방송의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보도는 굉장히 편향된 보도인 것이 맞다. 다만 국가에 의한 심의 대신 공영방송 내부의 자율 심의가 제대로 정착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정책위원은 “만약 문화방송의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진다면, 그렇게 편향된 보도를 내보내는 공영방송이 과연 필요한지 등에 대해 새로운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방송은 김재철 전 사장 때부터 노조를 중심으로 한 내부의 ‘공정방송’ 활동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안팎에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보도가 나왔을 때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민실위 보고서’를 발행해 조목조목 보도의 문제점을 짚었는데, 보도국장이 이를 훼손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단체협약 체결에 대한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이 ‘선도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공정방송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단협에 반영하는 것이 파업의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로부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내부에서 노조의 공정방송 활동조차 보장하지 않는 문화방송이 국가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회사가 언론의 자유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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