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경쟁체제 도입
방송사업본부서 예산 따내야
시청률 낮은 프로는 편성제외 우려
노조 “사업수익 집중…밀실 개편”
방송사업본부서 예산 따내야
시청률 낮은 프로는 편성제외 우려
노조 “사업수익 집중…밀실 개편”
고대영 사장 취임 뒤 나온 <한국방송>(KBS)의 조직개편안이 ‘사업 수익 강화’에만 집중해,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공영성을 대폭 축소시킬 수 있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국방송 혁신추진단에서 마련한 이번 조직개편안은 ‘1실·6본부·3센터·1사업부’를 뼈대로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프로그램 제작 역량을 신설 ‘제작본부’ 산하의 ‘프로덕션’ 체제로 집중시켰다는 점이다. 기획다큐, 시사정보, 지식, 교양정보, 음악 예능 등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9개의 프로덕션이 뉴스와 드라마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또 ‘방송사업본부’를 새로 만들고, 산하에 있는 ‘제작투자담당그룹’에 프로그램별 예산 배정 권한을 줬다. 이전에는 드라마국, 예능국, 기획제작국 등 프로그램 제작 부서에서 스스로 예산을 배정했는데, 앞으로는 제작본부 산하 각 프로덕션에서 프로그램별로 방송사업본부로부터 예산을 따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영성 축소’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사업성을 앞세워 내부 경쟁을 벌이다 보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나 단막 드라마 등 공영성을 중시하는 프로그램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성본부가 없어지는 대신 방송사업본부가 편성 권한을 갖게 돼, 시청률 낮은 프로그램들이 편성에서 사라질 우려도 제기된다. ‘드라마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만든 것 역시 사업 수익에 주안을 둔 구상으로 풀이된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이 취임한 뒤 ‘수신료 현실화’는 미뤄두고 ‘사업 수익 강화’만 강조하는 모습인데, 이는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익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공영성의 가치가 조직개편안의 뼈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애초 지난 18일부터 3일 동안 임원·노조·이사회 설명회를 연 뒤, 27일 이사회에서 의결을 받는다는 일정을 세웠다. 그러나 양대노조를 비롯해 직능단체별로도 반발과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이사회에서도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밝혀, 의결 일정은 5월4일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추진 과정이 짧고 급박해, ‘밀실 개편’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국방송 쪽은 “공영방송 또한 엄연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며,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조직개편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지난해 12월 구성된 혁신추진단이 최대한 부서 의견을 수렴하고 개편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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