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9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리멤버0416’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구인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가 안광한 <문화방송>(MBC) 사장을 비롯한 문화방송 고위 간부 3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2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 이진숙 대전엠비시 사장(참사 당시 보도본부장), 박상후 문화레저부장(참사 당시 전국부장) 등 3명에 대해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전반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가진 세월호 특조위는 두 차례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한 사람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동행명령장을 거부할 경우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안광한 사장 등에 대한 출석 요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한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 참사 당일 모든 방송사들이 ‘전원 구조’ 오보를 냈는데, 특히 문화방송은 ‘전원 구조’ 리포트를 가장 먼저 낸 방송사로 지목받았다. 참사 뒤에는 문화방송 기자회가 “당시 목포엠비시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근거로 ‘전원 구조’가 오보일 수 있다고 알렸으나, 데스크에서 이런 보고를 무시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참사 발생 첫날 학생들의 사망 보험금을 계산한 보도 등도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안광한 사장은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25일 사내 게시판에 “2002년에 있었던 ‘효순·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 비해, 세월호 방송은 국민 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등 ‘자화자찬’ 성격의 글을 올렸다.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은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고 압박했다”,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 등 유가족들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진숙 대전엠비시 사장은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문화방송의 보도 전반에 책임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 언론사에 대한 조사는 세월호 특조위 조사의 중요한 한 축이다. 앞서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2월, 참사 당시 <한국방송>(KBS)의 보도 책임자였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바 있으나, 김 전 국장은 그 뒤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조위나 방송사 안팎에서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들이 세월호 특조위 조사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지난달 “상당수 관련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회사 방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술을 거부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쪽은 “개인 차원의 조사이기 때문에 회사가 간여할 수 없다”고 반론했다.
3일 세월호 특조위가 밝힌 내용을 보면, 세월호 특조위는 전체 231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과 정보통신망 게시물 등에 의한 피해자 명예훼손 실태’에 해당하는 것은 모두 1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의 과정과 책임자에 대한 조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의 왜곡·과장 보도 현황과 그 원인에 대한 조사’, ‘유가족 공격 루머 및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국정원 개입 여부’, ‘세월호 참사 당일 주요 방송사들의 보도 내용과 화면이 일률적인 이유에 대한 조사’, ‘언론이 유가족들의 제보는 반영하지 않고 정부 발표만 보도한 이유에 대한 조사’ 등이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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