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 고문이 쓴 책
언론노조 “청와대서 내정한 셈”
KBS서 790만원 횡령·해임 전력
‘여풍당당 박근혜’ 책 펴내기도
문체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KBS서 790만원 횡령·해임 전력
‘여풍당당 박근혜’ 책 펴내기도
문체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비리 혐의로 사임한 방석호 <아리랑티브이> 사장의 후임을 뽑는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방송>(KBS)에서 제작비 횡령으로 해임된 경력이 있는 인사가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저녁 성명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5명의 사장 공모 지원자 가운데 김구철 아리랑티브이미디어 상임고문을 사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가 김씨를 내정해놓고 사장 공모를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리랑티브이의 사장은, 통상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공모 지원자 가운데 3명을 압축하면 문체부 장관이 그 가운데 한 명을 사장으로 임명한다. 3일 오후까지만 해도 후보자들이 5명으로 추려졌다는 정도만 알려졌는데, 언론노조가 ‘김구철 사장 내정설’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구철 내정설’이 불거져나온 배경에는, 김씨를 사장으로 만드려는 청와대의 의지에 대해 아리랑티브이 등 현장에서의 강한 반발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하산’ 비판을 받았던 전임 방석호 사장은 회삿돈을 사적으로 마구 쓰는 등의 비리 행위로 사장직에서 물러났는데, 당시 문체부도 ‘엄단’에 나서기보다는 덮고 감싸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았다. 그런 데다가 아리랑티브이 구성원들이 가장 부적절하다고 꼽고 있는 인물인 김구철 상임고문이 후임 사장으로 낙점되자, 이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내정설’이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애초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하는 관행과 달리 5명으로 압축한 것에 대해서도, “문체부 내부에서조차 ‘문제 있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방송 기자 출신인 김 상임고문은 2007년 보도국 재직 시절 제작비를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790만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경력이 있는 등 다양한 이유로 ‘부적절 인사’로 비판받고 있다. 한국방송을 나온 뒤에는 종합편성채널(종편) <티브이조선>에서도 일했고, 2014년 무렵부터 뉴스센터장 등 아리랑티브이의 요직에 지속적으로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5월 방석호 전 사장이 그를 아리랑티브이미디어 상임고문으로 앉혀 지금의 직함을 얻었다. 상임고문직은 당시 규정에도 없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리랑티브이 구성원들은 김 상임고문을 “방 전 사장의 인맥”으로 분류하고 있다.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 ‘클린정치위원회’에서 방송팀장 직책을 맡았고, 18대 대선 전인 2012년에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다룬 <여풍당당 박근혜>라는 책을 펴내는 등 정치권력을 따른 행보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도둑 잡아 쫓아냈더니 소도둑 앉힌 격”이라며 “문체부는 ‘방석호 감싸기’에 이어 비리전력사범을 아리랑티브이 사장에 앉히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아리랑티브이지부는 4일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내정설과 관련된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임명권자인 장관이 사인을 하기 전에는 어떤 것도 ‘결정됐다’고 말할 수 없다. 다음주 주말이 되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