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출신 고참기자 5명을
광고국 소속으로 발령하면서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 직함줘
당사자들 부산지법에 가처분 신청
“기자 앞세워 광고영업 하라는 뜻”
광고국 소속으로 발령하면서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 직함줘
당사자들 부산지법에 가처분 신청
“기자 앞세워 광고영업 하라는 뜻”
부산일보가 편집국 출신 인사들을 광고국 소속으로 발령내며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라는 직함을 부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광고와 기사 사이의 방화벽을 대놓고 무너뜨려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 편집국 출신 고참기자 3명을 광고국 소속 광고영업 담당인 ‘광고위원’으로 발령내고, 한 달 뒤 이들에게 ‘선임기자’를 겸직하도록 했다. 올해 4월에는 편집국 출신 고참기자 2명을 광고국 소속으로 발령내며, 아예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라는 직함을 부여했다.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로 발령받은 5명 가운데 한 기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런 겸직 발령의 의미는 기업·제품 소개 등 홍보성 기사를 동원하는 등 ‘기자’라는 직함을 앞세워 광고 영업을 하라는 뜻”이라며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회사가 기사와 광고 사이의 방화벽을 대놓고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자가 ‘홍보성’ 기사를 쓰고 광고를 요구하는 등 광고 영업에 간여하는 행태가 널리 퍼져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나, 이번처럼 광고국 소속 직원에게 아예 ‘기자’ 직함을 부여한 것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후 부산일보 지면에서 일부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 이름으로 출고된 기사들을 찾을 수 있는데, 여행사의 여행상품을 소개하거나 ‘선도기업 특집’ 등의 제목을 달고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을 소개하는 등의 기사들이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만든 신문윤리실천요강은 ‘기자의 광고 판매·보급행위 금지’ 조항을 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도 자체 윤리강령에 ‘광고·판매활동의 제한’ 조항을 두는 등 취재보도 행위와 광고 행위의 엄격한 분리를 명시하고 있다. ‘광고위원 겸 선임기자’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근거를 들어 부산지방법원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사 사정이 어려우니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편법적 운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협회 내부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일보 사쪽은 이에 대해 “조직 전체의 고령화가 심해지다 보니 부국장까지 지내신 분들께 ‘겸직’을 요청하게 된 것”이라며 “광고 영업에 기자 직함을 이용한다기보다는 광고 영업을 하면서 글 쓰는 역량도 함께 발휘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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