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성재호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오른쪽)이 길환영 전 한국방송 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전에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공영방송 <한국방송>(KBS)의 전임 사장과 청와대 인사가 보도에 개입해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보도 개입’ 당사자로 지목된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조처에 나섰다.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16일 오전 길환영 전 한국방송 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제4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길 전 사장은 재직 중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국정원 관련 특종 보도를 빼라”고 하는 등의 지시를 내리고, 이 전 수석 역시 김 전 국장에게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하는 등 여러 차례 뉴스 내용과 편성에 부당하게 간여해왔다는 것이다.
길 전 사장은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보도 등에 사장이 개입해왔다”는 김 전 국장의 폭로로 사장직에서 해임됐다. 여기에 최근 김 전 국장이 자신이 제기한 ‘정직무효확인’ 소송에서 비망록(업무일지)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길 전 사장과 이 전 수석의 구체적인 ‘보도 개입’ 실태가 드러났다. 김 전 국장은 해당 소송에서 패소했으나, 이와 별개로 법원은 길 전 사장의 ‘보도 개입’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전 국장의 비망록은 2013년 1월11일부터 11월17일까지 <9시뉴스>의 ‘당초 편집안’과 당시 길 사장의 지시에 의해 수정된 ‘사장의 보도개입’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한 기록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길 사장이 전화를 걸어 “첫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하거나, 이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했던 사례 등이 확인된다. ‘국정원 댓글 작업 11개 파트 더 있다’는 한국방송의 단독기사가 사장의 “내보내지 말라”는 지시 때문에 뒷순서로 간신히 보도된 것도 대표적인 ‘보도 개입’ 사례로 꼽힌다.
언론노조는 “2014년 김 전 국장의 폭로 당시에도 한국방송기자협회와 언론사회단체들이 길 전 사장 등을 고발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핵심 참고인인 김 전 국장의 비망록이 확인되고 법원에서도 방송편성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이상 증거불충분으로 종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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