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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도 넘은 국정원 ‘북 정보’ 조작 / 장행훈

등록 2016-05-16 20:19

‘이명박근혜’ 보수 정권 9년간 계속된 국가정보원의 정보조작과 조작된 정보를 통한 국내 정치개입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느낀다.

우리가 북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외신 아니면 ‘대북 소식통’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되는 국정원 정보가 전부다. 따라서 북한 사정에 관한 한 국정원은 한국 국민의 눈이요 귀다. 그만큼 국정원은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 사정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해야 한다. 그게 국정원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국정원은 북한 관련 정보의 유일한 소스(제공처)라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악용해 국민에게 정확한 북한 정보를 제동하기보다 정권에 유리하도록 북한 정보를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일을 많이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제일 금기시하는 것이 정치적 의도로 사실과 다른 정보를 과장 혹은 축소해서 전파하는 정보조작이다. 이런 정보기관이 국민의 불신과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민주국가로 체제가 바뀌자 모스크바 시민들은 레닌 동상이 아닌 소련 비밀경찰의 아버지 제르진스키 동상을 끌어내렸다는 사실을 국정원 사람들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 국정원은 1950~60년대 소련이나 중국의 비밀경찰을 연상시킨다. 정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을 땐 북한에서 일어난 사건을 과장해서 국민의 주의를 밖으로 돌리려는 정보조작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다. 두드러진 예가 지난주 북한에서 일어난 전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길(61) 대장의 “부활”이다. 그는 지난 2월10일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던 날 ‘종파분자’라는 이유로 2월초에 처형됐다고 발표된 인물이다. 그런데 리영길이 지난주 36년 만에 열린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가 폐회한 뒤 당 군사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사실이 북한 언론에 보도됐다.

그가 염라국에서 부활해 돌아오기라도 한 건가? 북한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소스인 그의 처형 보도가 조작된 것이었으며,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다수 국민의 반응이 좋지 않자 인민군 총참모장을 ‘종파분자’라는 이유로 처형한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부각시켜 국민의 불만을 달래보려는 국정원 심리전의 일환이었으리라고 해석한다. 이와 유사한 일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온 터라, 국정원을 이솝 우화의 양 치는 소년 사촌쯤으로 알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을 국정원은 알아야 한다.

지난 4·13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중국 남부에서 식당을 경영하던 북한 교민 13명이 갑자기 식당문을 닫고 중국을 탈출해서 하루 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초고속 탈북 사건’도 그 배경에 구구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시엔엔>(CNN) 방송을 초청해서 이들 13명의 북한 내 가족들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이 한국에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 내용을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이들의 한국행에 의문을 품고 있는 국민이 많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국정원의 이런 행동에는 정권의 책임도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정원이 충성을 바쳐야 할 우선 대상은 국민이지 정권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의 적대 대상은 외국이지 국민일 수 없다. 그들의 활동에 세금을 내는 국민을 통제 대상으로 삼는 국정원을 어느 국민이 좋아하고 협조하겠는가? 국정원이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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