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소속 해직 기자 일부가 최근 대법원에서 승소한 것을 계기로, 언론계가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당한 언론 탄압으로 해직된 언론인 모두의 복직과 그에 대한 보상 기준 등을 명문화한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언론단체들은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전국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아투위 사태부터 현재까지 언론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언론인들에 대한 부당한 해직 사태를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1975년 해직됐던 동아투위 소속 기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언론계는 이번 판결로는 해직언론인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단체들은 우선 지난번 대법원 판결이 “법리적 판단과 사실 인식에서 수두룩한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동아투위 위원 113명 가운데 103명(유족 포함)이 소송을 냈는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법)에 의해 생활지원금을 받은 적 있는 사람들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진상규명을 청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제외한 채 단 13명에 대해서만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70년대 동아투위뿐 아니라 1980년 전두환·노태우의 ‘신군부’가 자행한 언론 탄압으로 대량 해직된 언론인들, 이명박 정부 때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에서 해직된 언론인들 역시 복직, 배상 등 원상회복을 시켜야 한다는 인식도 해직언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배경이 됐다. 언론단체들은 “사법부의 수장과 많은 고위 법관들이 정권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의 원상회복과 국가 또는 언론사의 배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개별적으로 사법부 판결에 의존해서는 문제를 전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전체 해직언론인을 아우를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해직언론인과 관련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4년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는 회원 526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당직자들과 문공위 위원들에게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었다. 1993년에는 현역 언론인 5000여명이 1975·1980년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과 그들에 대한 보상 기준을 명문화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낸 적도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은 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언론단체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언론단체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야권 세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겠다. 만약 정치권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과 언론계 전체 여론에 호소해 끈질기게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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