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친절한 기자’에 두번째로 등판하게 된 여론미디어팀의 최원형입니다. 이번주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를 펼치고 있는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언론 관련된 조사 내용과, “언론 자유”를 앞세워 특조위 조사를 거부한 <문화방송>(MBC)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거의 모두 드러냈는데, 특히 “세월호 참사는 언론이 빚은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참사 당일 ‘전원 구조’ 오보 등 제대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받아쓰기식 보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참사의 책임을 따져묻지 않고 오히려 유가족들을 비판하는 등의 권력 편향적 보도 등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언론의 문제는 참사의 원인과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고 혼란시킨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심각합니다. 그 때문에 2014년 만들어진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위원회 업무로 규정했습니다. 특조위는 이에 근거해 그동안 여러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된 조사 활동을 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6일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이 특조위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특조위 조사는 언론사를 통째로 사후 검열하는 방식으로,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또 특조위가 이 회사 고위직 인사 3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던 사실을 외부에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문화방송 쪽은 “특조위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릅니다. 특조위는 이달초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과 이진숙 대전엠비시 사장(참사 당시 보도본부장), 박상후 문화레저부장(참사 당시 전국부장) 등 3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미 두 차례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특조위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과 12일 이진숙 사장과 박상후 부장은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러 온 특조위 조사관들을 따돌리거나 피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이들의 태도에 이목이 집중되자, 갑자기 ‘언론 자유’를 앞세운 회사 명의의 “특조위 조사 거부” 입장이 나온 것입니다. 이쯤 되면 특조위 조사를 “줄기차게 피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 사장 등이 특조위 조사를 줄기차게 피하는 속내가 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언론 자유’를 들이대며 특조위 조사를 비난하는 행태가 얼마나 옹색한지는 그동안 문화방송이 해온 세월호 관련 보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참사 당일 문화방송은 목포엠비시 기자들의 현장 보고를 무시하고 가장 먼저 ‘전원 구조’ 오보를 냈습니다. 유가족들이 지급받게 될 사망 보험금을 따져본 리포트, ‘유가족의 조급증이 잠수부의 죽음을 불렀다’는 내용을 담은 리포트 등도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배·보상안에 담긴 ‘대입특례’ 조항을 마치 유가족들의 요구로 마련된 것처럼 왜곡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반면 해경의 부실 대응이나 참사의 책임 주체를 묻는 비판 여론은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문화방송 기자들도 “부끄럽다”며 반성한, 이런 보도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조사하는 게 과연 문화방송 회사 쪽 주장처럼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일인지 의문입니다.
문화방송은 여태껏 내부 구성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국회 등 그 누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제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여야가 함께 마련한 특조위의 위상과 권한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문화방송의 ‘폭주’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요?
최원형 문화스포츠에디터석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 문화스포츠에디터석 여론미디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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