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옥
직원들 몰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전자우편 등을 들여다봤던 <문화방송>(MBC)이 대법원에서 패소해 노동조합 간부 등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7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문화방송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등이 회사와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회사는 문화방송 노조와 전국언론노조에 각각 1500만원씩, 문화방송 노조 집행부였던 강지웅 프로듀서와 이용마 기자에게 각각 150만원, 조합원 4명에게 각각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화방송의 ‘불법감청’ 논란은 2012년 문화방송 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기됐다. 노조는 “회사가 직원들의 동의 없이 보안 프로그램 ‘트로이컷’을 설치해 개인 전자우편과 인터넷 메신저 내용을 들여다봤다”고 주장했다. ‘트로이컷’은 직원이 사내전산망에 접속하면 전자우편과 메신저 대화, 첨부파일 등을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구동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노조는 김재철 당시 사장이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쓴 기록 등을 확보해 공개했는데, 이 같은 회사 조처는 내부 비리가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회사는 “좀비 피시의 공격 등으로부터 회사 내부 전산망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파업이 끝난 뒤인 2013년 3월 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은 “문화방송 정보콘텐츠실장이 열람한 파일들은 노조의 홍보사항 또는 보도자료들이거나 사적인 이메일 등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김재철 전 사장, 안광한 현재 사장(당시 부사장) 등 당시 임직원들은 불법행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문화방송과 정보콘텐츠실장뿐 아니라 김 전 사장, 안 사장,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현재 대전엠비시 사장), 임진택 당시 문화방송 감사 등 임직원 5명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또 대법원은 이날 문화방송 정보콘텐츠실장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결하고, 벌금 500만원을 확정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사원들을 감시하고 언론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행동을 억압하려 했던 문화방송 경영진들에 대한 시대정신의 죽비소리”라며 “경영진은 해사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 등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김지훈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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