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홍보대행업체가 자사 누리집에 싣고 있는 ‘언론 홍보’ 서비스 관련 페이지. 광고주가 의뢰한 광고·홍보성 콘텐츠가 3대 포털 서비스에 모두 실렸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터넷 갈무리
홍보대행업체 언론사별 단가표 입수
홍보대행업체가 만든 광고 콘텐츠
언론사 이름 달고 포털사이트 나가
34만원~13만원…언론사별 가격차
종합지·통신사 등 총 30여곳 제휴
“저널리즘 원칙 위반…제재 필요해”
홍보대행업체가 만든 광고 콘텐츠
언론사 이름 달고 포털사이트 나가
34만원~13만원…언론사별 가격차
종합지·통신사 등 총 30여곳 제휴
“저널리즘 원칙 위반…제재 필요해”
포털 뉴스 서비스와 검색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이 광고주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광고·홍보성 콘텐츠를 뉴스 콘텐츠로 등록·전송해온 실태가 포착됐다. 올해 활동을 시작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이처럼 포털 뉴스에 범람하는 ‘유사광고’들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한겨레>가 입수한 홍보대행업체들의 문건들을 보면, 이 회사들은 제휴 언론사 수십곳의 명단과 언론사별 단가가 담긴 ‘단가표’를 제시하며 “이들을 통한 ‘언론 홍보’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 홍보’는 광고·홍보성 콘텐츠를 언론사에서 작성한 뉴스인 것처럼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뉴스 서비스에 전송해주는 것을 뜻한다. 포털에 게재되는 뉴스 콘텐츠가 아예 광고·홍보를 위한 수단이 되어 돈으로 거래까지 되고 있는 현상이다.
홍보대행업체들의 단가표를 보면, 종합일간지에서부터 통신사, 주간지, 인터넷 매체 등 30여곳 제휴 언론사들을 제시하고 있다. 단가는 9만~34만원으로 다양하며, 종합일간지 등 매체 영향력이 큰 곳일수록 단가가 높다. 병원·부동산 업종의 경우 단가가 좀 더 높거나 “언론사가 한정적이고, 기사 내용도 일부 제한된다”고 설명하는 대목도 나온다. “기사 검수가 까다롭다”, “성형외과 송출 불가” 등 언론사마다의 주의사항이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광고·홍보업계 사람들은 이런 실태가 꽤 오래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언론 환경이 디지털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기사와 광고를 구분했던 신문과 달리 디지털 기사에 광고·홍보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포털업체의 한 관계자는 “포털에서 ‘포장이사’, ‘부동산 임대’, 병원이나 의료 관련 열쇳말 등을 검색했을 때 뜨는 기사의 대다수는 대가가 지급된 광고·홍보성 콘텐츠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로 중소 규모의 광고주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홍보를 위해 이런 상품을 활발히 이용해왔으며, 종합일간지의 경우 아예 편집국을 거치지 않고 자회사나 해당 부서에서 이런 콘텐츠를 포털에 직접 전송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하는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 독자들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언론사들도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통 저널리즘에서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졌던 ‘기사와 광고의 구분’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점차 그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광고주의 돈을 받아서 제작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연스럽게 뉴스 콘텐츠와 뒤섞여 노출되는 ‘네이티브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티브 광고는 “미래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지만, 한편에서는 “본질적으로는 ‘기사형 광고’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포털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홍보’ 실태는 이 같은 논쟁의 대상에도 포함되기 어렵다.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은 광고·홍보 콘텐츠를 뉴스라고 속여서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론으로서 기본 윤리와 저널리즘 원칙조차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 국내 대다수 언론사가 소속된 협회나 단체들은 저마다 ‘언론의 독립성’을 강령으로 내세우고, ‘기사와 구분되지 않는 광고’를 자율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포털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역시 ‘기사로 위장한 광고·홍보’를 부정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런 콘텐츠들을 ‘유사광고’로 명확히 규정하고 더욱 엄격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원형 김재섭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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