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가 학부모와 주민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한 <헤럴드경제>에 대한 시정권고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에 대한 <헤럴드경제> 보도를 두고 시민들의 시정권고 신청 민원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본래 개인이나 기관이 시정권고를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 심의 기준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사안이 시정권고 검토 사안으로 정식 상정되면 6월 말 예정된 시정권고소위원회 회의에서 시정권고 여부가 결정된다. 시정권고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는 권고적 조처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3일 전남의 한 섬에서 학부모와 주민이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온라인 기사로 전하면서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기사의 제목은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 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이었다. ‘만취한 20대 여교사’라는 표현을 써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서술했고, ‘3명의 정액’도 선정적인 문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수 시민들이 서울시 중구에 있는 <헤럴드경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법률사무소 ‘보다’의 정소연 변호사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 신청문을 보냈다. 정 변호사가 공개한 신청문을 보면, “범죄사실의 보도와 직접 관련 없는 피해자의 사생활과 피해 상태를 노골적으로 묘사했고…(중략)… 지역 주민인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공동으로 유인하여 만취하게 한 후 성폭행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해 사건의 잔인성을 부각하고 선정적으로 묘사했고, 이에 노출된 독자들에게 큰 혐오감을 야기했다”고도 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심의기준을 보면, “언론은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의 피해 상태,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및 가족의 사생활, 가해자의 범행수법 등을 자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 된다”(1장 4조 2항)고 돼 있다. 성범죄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2차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언론은 “음란성, 포악성, 잔인성 등이 담긴 범죄의 수단 및 방법을 필요 이상으로 설명하거나 선정적으로 보도하여서는 아니”되고(2장 12조 1항), “잔인하고 비참한 장면 등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독자나 시청자가 언론에 선정적으로 보도된 범죄 관련 내용을 접하면 불안감을 갖게 돼 공익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한편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지 <헤럴드경제>는 지난 4일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누리집에 사과문을 실었다. 사과문에서 <헤럴드경제>는 “정말 죄송하다. 부적절하고 잘못된 제목과 내용을 보도를 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9일 현재 이 사과문도 누리집에서 삭제된 상태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디스팩트 시즌3 #5_언론은 왜 성폭력 가해자 시각에 복무할까]
지난 4일 <헤럴드경제> 누리집에 게재된 ‘학부모·주민의 여교사 집단성폭행 사건‘ 선정보도 관련 사과문. 현재 누리집에서 이 사과문은 삭제된 상태다.
[디스팩트 시즌3 #5_언론은 왜 성폭력 가해자 시각에 복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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