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보안 이유로 “1개월 이상 휴직자 출입 제한”
노조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 분리…노조 고립전략”
휴직 중인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집행부 이 아무개 기자가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며 작성한 출입(방문) 신청서. 문화방송 노조 제공
직장명: MBC, 방문부서: (노동)조합.
이아무개 기자는 매일 출근길 <문화방송>(MBC) 로비에서 `출입(방문) 신청서’를 쓰고 있다. 이 기자는 2003년 MBC에 입사한 13년 차 중견 기자다. 그런데 왜, 그는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면서 소위 `방문증’을 끊어야 할까?
MBC는 지난 4월께 `1개월 이상 휴직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출입 규정을 내놨다. 이에 육아휴직 중 노조 집행부로 활동 중인 이 기자를 비롯해 MBC 휴직자들 모두 방문증을 끊어야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 규정을 신설하면서 MBC는 `보안상’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BC 노조는 이를 또 다른 `노조 탄압’이라고 보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한겨레>에 “(휴직 중인 노조 집행부들이 노조 사무실에 가기 위해 끊는) 미디어센터 방문증으로는 조합원 대부분이 근무하는 방송·경영센터를 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 기회에 조합 집행부를 조합원들과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것이고, 조합을 더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회사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런 의도가 담겨 있는 게 뻔히 보인다"고 꼬집었다.
2016년 1월 28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2012년 파업 때 해고된 박성제 기자(오른쪽)가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왼쪽)에게 해고 이유 등을 묻기 위해 다가가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 제공
문화방송 노조가 이번 규정을 `노조 탄압’이라고 보는 이유는 또 있다. 문화방송은 이미 해고자들의 경우 `불순자, 외판원, 구걸자, 정신이상자 등’과 함께 출입 통제자로 분류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 MBC 1층 로비 출입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노조 쪽의 설명에 따르면, 회사가 이런 조처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1층 로비에서 `해고자’들과 맞닥뜨린 뒤부터다. 백 본부장이 2012년 파업 때 해고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상황이었다. 백 본부장이 이에 항의하는 해고 당사자들과 불편한 조우를 한 뒤 회사가 해고자를 출입 통제자로 분류하는 방침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MBC가 노보를 배포하려는 노조 간사와 육아휴직 중인 노조 집행부의 출입도 막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MBC 쪽 설명을 듣기 위해 22일 오전과 오후 여러 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으나, MBC 쪽과의 통화에 실패했다.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1월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방한을 마무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MBC의 노조 탄압은 지난주 열린 3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을 방문 조사했던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비판하면서 “문화방송이 노조 지도부와 파업 참가자를 해고하고, 노조 지도부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부적절한 직위에 배치하는 것을 통해 노조를 약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보고했다.
22일 MBC 노조가 발행한 <문화방송 노보>도 `MBC가 파업 참가 조합원, 과거 조합 집행부 등을 승진에서 배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싣고 회사가 노조원들을 의도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노조가 2013~2016년 4년간의 승진 내용을 분석해 통계를 낸 결과, 부장급 이하 입사 10년 이상 직원 중 단 한 번도 승진하지 못한 인원은 246명인데, 이 가운데 71.5%(176명)가 노조 조합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뚜렷한 이유 없이 오랫동안 한 직급에 묶여 있는 직원들을 가리키는 이른바 `화석 사원’ 중 4년간 승진을 못 한 `차장 및 차장 대우’ 직원이 모두 102명인데, 이 가운데 91.1%(93명)가 조합원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또 4년 동안 승진 인사가 네 차례 있었는데, 이 가운데 두 번이나 승진해 '고속 승진자'라고 불릴 수 있는 대상자는 모두 157명이었다. 하지만 '고속 승진자' 가운데 조합원은 30%(48명)에 불과했다. 노조는 “조합 비율이 60%라고 고속 승진자의 비율도 60%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수많은 조합원이 승진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이 `다소 혹은 현격히’ 부족”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MBC 노조는 회사가 지난 3월 진행된 MBC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소를 몰래 촬영하는 등 9건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구제 신청을 했다.
`공영방송 MBC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2012년 170일 동안 진행됐던 MBC 노조 파업 이후 관련 해고자가 8명, 정직 중징계를 받은 직원만 전국적으로 80여명에 달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8_세월호 잠수사 "이주영 장관 의형제 맺자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