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4일 오후 임시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대야소 이사회, 아무 결론 못내
경영진 손배책임 판결도 모르쇠
여쪽 이사 상정 안건은 표결 승인
경영진 손배책임 판결도 모르쇠
여쪽 이사 상정 안건은 표결 승인
<문화방송>(MBC) 경영진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에 불응하거나 대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는 등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이 6대 3으로 정부·여당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4일 오후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소수인 야권 추천 이사들은 ‘트로이컷(보안프로그램) 불법 설치 관련 경영진 조치’와 ‘세월호 동행명령 거부 진상규명과 조치’를 안건으로 제안했다. 문화방송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것이 주된 초점이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2012년 보안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을 동의 없이 설치해 노조원 등의 정보를 들여다본 당시 경영진·직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현 경영진인 안광한 사장, 이진숙 대전엠비시 사장 등이 당시 경영진이었다. 안 사장과 이 사장은 박상후 문화레저부장과 함께 세월호 특조위의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를 문제삼는 목소리에 대해 문화방송은 되레 “정치적 공격”이라 반박했다. 트로이컷 설치는 “해킹으로부터 시스템 보호를 위한 것”이라 주장했고, 특조위 조사 불응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 침해”라고 주장하며 특조위 관계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트로이컷’ 문제에 대해 “법원 확정 판결로 현 경영진의 책임이 드러났으니, 자진 사퇴 등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방문진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권 추천 이사들이 “형사 판결이 아닌 민사 판결”, “경영진에겐 관리 책임 정도만 해당된다” 등의 주장을 앞세웠고, “문화방송쪽의 후속 조처를 보고 판단한다”는 애매한 결론에 그쳤다. 특조위 조사 불응에 대한 논의는 ‘자료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반면 여권 추천 이사들이 목소리를 높여온 ‘북한주민의 한국 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은 이날 승인됐다. 1억원 예산을 추경 편성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방송을 볼 기회를 확대하는 사업을 공모해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콘텐츠 제작’인지 ‘전파 송출’인지 사업의 범위조차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으나, 표결을 주장한 여권 추천 이사들이 다수결로 의결했다.
‘2015년도 문화방송 경영평가 보고서’도 이날 표결을 통해 채택, 승인됐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문화방송이 스스로 개발한 ‘프로그램 품질조사’(QI), ‘여론집중도조사’ 등 신뢰성, 객관성이 의심되는 조사결과를 주로 활용해 경영진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여권 추천 이사들은 “보고서 내용은 외부 평가단의 몫”이라며 표결을 강행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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