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미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한 뒤 일주일째 온 나라가 시끄럽다. 13일 사드 배치지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에서는 온 군민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고, 군수까지 삭발을 하고 시위에 참가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서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며 국민의 이해를 촉구했으나 설득 효과는 별로인 것 같다. 반대가 찬성보다 훨씬 많지 않나 생각된다. 경북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의 집단 항의성명을 비판한 <동아일보> 14일치 사설(‘‘경북 성주 사드’ 반대하는 티케이(TK) 여당의원, 집권자격 없다’)은 역설적으로 사드에 대한 지역 여론이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준다.
사드 배치에 왜 이처럼 온 나라가 시끄러운가? 우선 정부가 설명하는 사드 배치의 이유가 설득력이 없고 국민의 분노를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사드 배치 이후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보복에 대한 공포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민주적인 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통고하는 박근혜식 소통 방식 탓이 크다. 군사문제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사드 배치 결정 사흘 전 대정부 질의 때만 해도 국방부 장관이 사드 문제에 유보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방부도 배제한 셈이니, 국민 설득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통 부재는 곧 진실성의 문제를 일으킨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 내용이었다. 그런데 성주 배치 결정 후 드러난 걸 보면, 사드는 이미 주변에 위치한 여러 미군기지를 보호하는 데 우선 목적이 있고, 사드의 유효사거리(200킬로미터) 밖에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사드의 보호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방어한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시작이 꼬이면 뒤도 꼬이는 법이다.
박근혜 정부는 자국민뿐 아니라 주변국과도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미사일방어(MD) 전문가인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과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일갈한다. 그런데도 중국과 러시아를 청맹과니로 보는지, 이들 나라의 항의에 묵묵부답이다. 국회와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가 된 국회에 대해 ‘협치’를 강조했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사안이 아니라고만 되뇌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이후 언론과 소통은커녕 공영방송 보도책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를 넣어라, 빼라고 했다. 그것은 국민과의 소통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크게 보면 언론을 대하는 정권의 태도가 국가안보, 국제정치를 대하는 태도와도 깊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제라도 사드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언론과 국회, 국민을 상대로 진지한 소통에 나설 것을 강력히 권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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