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 한국방송 <뉴스9>은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 때 큰 구실을 했던 ‘엑스레이 작전’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되살아났다”고 보도했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KBS)이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 지시를 거부했던 문화부 기자 2명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려,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25일 성명을 내고 “회사가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성 아이템을 제작하라는 강압적 지시를 거부했다는 구실로 서영민, 송명훈 두 문화부 기자에게 감봉 2개월 징계를 강행했다”며 “이번 징계는 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도발로, 모든 법적 조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송 두 기자는 지난달 29일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도 영화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리포트하라’는 문화부 팀장과 부장의 지시를 거부해, 징계에 회부된 바 있다.
자회사와 함께 이 영화에 투자한 한국방송은 영화 개봉 전부터 자사의 뉴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 영화를 소개하는 모습을 보여, “지나친 홍보”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방송이 지난 1년 동안 모든 시간대의 뉴스에 걸쳐 이 영화에 대해 52건의 보도를 내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년 동안 한국방송이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보도를 52건 내보냈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한국방송 쪽은 두 기자가 사규를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 홍보 관계자는 “보도본부 편집회의를 거친 정당한 취재 지시를 거부했다는 사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으며, 그것이 징계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보낸 징계 통보서에도 “편집회의에서 뉴스 아이템으로 결정된 사안을 뉴스 리포트로 취재·제작하라는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해 직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노조는 “한국방송 편성규약이 사규보다 앞선다”며, 이들에 대한 회사의 징계가 편성규약을 위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방송법에 근거해 제정된 한국방송의 편성규약에는 “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을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제6조 3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제5조 4항) 등의 조항이 있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아이템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은 편성규약은 물론 내면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기본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또 두 기자의 징계 회부에 대해, 기자협회와 새노조가 편성규약에 명시된 ‘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는데 회사가 사실상 거부했다고도 비판했다. 한국방송 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받거나 자율성을 저해하는 제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편성위원회’에 조정과 해결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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