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전 사장 시절부터 해고, 징계, 업무배제 등으로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과 갖은 갈등을 빚어온 <문화방송>(MBC)이 지난 4년 동안 노조와의 소송에 20억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서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이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이, 수십 명이 들어가든 내 알 바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인 바 있는데, 실제로 노조와의 소송에 수십억원의 비용을 써온 게 확인된 것이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7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문화방송은 소송비용으로 모두 48억원을 썼는데, 이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19.9억원을 노조와의 소송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문화방송 경영진이 직원들에 대한 ‘근거없는 해고’와 부당징계로 패소를 거듭하며 회삿돈을 탕진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문화방송은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전체 159건의 사건에 대해 250건의 심급별 소송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노조와의 소송은, 사건 수로 따지면 전체 사건의 22%인 35건이었고 심급별 소송수로는 전체의 26%인 66건이었다.
주목할 지점은 다른 소송인 건당 평균 1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였는데, 노조와의 소송에는 이보다 갑절 많은 건당 평균 3000만원의 비용을 들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다른 소송에 견줘 돈이 더 많이 드는 소송대리인을 쓰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여태껏 노조와의 소송에서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바른, 지우, 정률 등 대형 로펌들이 회사를 대리한 경우가 많았고, 변호인도 이른바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고위급 법관, 검찰 출신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 출신 4명, 서울고등법원장 출신 1명,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1명, 검사장 출신 1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3명,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1명 등이 노조 관련 소송에서 회사쪽 변호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소송 비용은 20억원이지만, 앞으로 회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서 밝힌 자료 등에 따르면 모두 82건의 재판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데, 재판 결과가 나온 소송 61건 가운데 노조가 이긴 재판은 일부 승소 7건을 포함해 50건으로 노조 승소율이 82%에 달했다. 특히 부당해고 및 징계 관련 소송은 노조 승소율이 93%에 달한다. 부당해고, 징계 관련 소송 결과에 체불임금과 지연이자 등이 따라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노조와의 소송이 더 있기도 하다.
노조를 상대로 한 문화방송의 막대한 소송비용은 줄곧 논란이 되어왔다. 이번에 그 실제 규모가 드러나, 다가올 국정감사에서도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이 아닌지 날카로운 추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이번 제출 자료에서도 문화방송은 상세한 내역은 보내지 않고 연도별 소송비용만 간략하게 제출하는 데 그쳤다”며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방송쪽은 이날 오후 입장 자료를 내고, “노조 관련 소송이든 다른 소송이든 각 소송의 특성에 맞게 적정 보수를 책정하고 있다”며 노조 관련 소송 비용이 다른 소송 비용보다 많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 노조 관련 소송 비용이 큰 데 대해 “사사건건 문화방송의 경영행위를 부인하고 법적 분쟁화하면서, 이를 다시 문화방송을 비난하기 위한 여론전의 도구로 활용하려고 반복적으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노조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