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마당> ‘고급정보열전’의 한장면.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KBS)의 아침 교양 프로그램인 <아침마당>에 출연 중인 전문가가 “부당한 출연 정지를 통보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침마당의 납득할 수 없는 출연정지 통보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선 소장은 지난 6주 동안 이 프로그램의 ‘고급정보열전’ 코너에 출연해왔는데,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출연진으로부터 갑자기 “더 이상 출연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그 배경과 절차가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선 소장이 출연 중이던 ‘고급정보열전’은 출연진이 섭외한 전문가 5명이 각자 10분 동안 자신만의 ‘고급정보’를 들려주는 코너로, 3회마다 시청자투표와 퀴즈 성적 등을 종합해 최하위 탈락자를 결정하는 규칙을 갖고 있다. 선 소장은 마지막 결산에서 3위를 했기 때문에, 규칙에 따른다면 앞으로 3주간 출연이 보장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 소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12일 마지막 방송을 마친 뒤, 13일 일방적으로 ‘출연정지’ 통보를 받았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선 소장은 “최근 부동산 투기적 가수요의 폭증을 ‘폭탄 돌리기’라고 경고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지적한 것이 원인이 된 것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선 소장은 지난 5일치 방송분에서 ‘아파트 분양, 받을까? 말까?’ 제목으로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제작진이 자신에게 했던 말 등을 종합하면, 이른바 ‘윗선’으로부터 선 소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청자 의견’이 제시되어 ‘출연정지’ 결정까지 내려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연정지 통보를 하면서 “시청자게시판이나 티벗(애플리케이션)에도 별다른 시청자 불만이 없었는데, 윗분들한테 일부 부정적 의견이 들어온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도 함께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제작진쪽이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처럼 민감한 내용에 대해 선 소장이 독단적으로 방송을 했다”는 등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 선 소장의 주장이다.
선 소장은 “충분히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정체불명의 ‘시청자’에게 휘둘리는 방송이라면, 한국방송은 공영방송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문제 제기가 “한국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 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침마당> 책임피디(CP)인 허완석 한국방송 피디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프로그램에서 정해놓은 규칙에 따르지 않고 선 소장에게 ‘출연정지’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 소장의 방송 내용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국장·책임피디·담당피디)이 자체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선 소장의 주장이 한국방송의 공식 입장으로 오인될 수 있어서, 이를 피하고자 ‘출연정지’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허 피디는 “선 소장이 오해하고 있는 바가 많은데, 조만간 제작진의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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