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 3명, 총체적 책임 물어 안건 제출
여당쪽 이사들 “외부세력 정치 공작” 주장 속 논의도 안돼
여당쪽 이사들 “외부세력 정치 공작” 주장 속 논의도 안돼
<문화방송>(MBC)의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의 해임안이 제출됐으나, 다수인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다수결 표결로 이를 기각시켰다.
22일 오후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유기철·이완기·최강욱 등 야당 추천 이사 3명은 안광한 사장의 해임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안 사장은 임직원들을 규율할 권한과 자격을 잃었으며, 문화방송을 계속 경영해서는 큰 문제가 생기겠다는 판단에 해임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승호 피디·박성제 기자에 대한 근거 없는 해고, 보안 프로그램 ‘트로이컷’의 직원 동의없는 설치 등 ‘불법경영’의 책임에서부터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 불응,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추락, 내부 갈등과 인력 이탈 등 그동안 드러난 문화방송의 문제점들에 대해 안 사장의 총체적인 책임을 물었다.
2012년 ‘170일 파업’의 계기가 됐던 김재철 전 사장은 2013년 해임됐지만, 그 뒤로도 문화방송은 꾸준히 하락세란 평가를 받아왔다. ‘부당징계’, ‘업무 배제’ 등으로 내부 갈등은 극심해졌고, 신뢰도·영향력 등을 측정하는 여러 조사에서 순위권에 이름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2014년 2월 취임한 안광한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 때 부사장직을 맡은 바 있어, “사실상 ‘김재철 체제’의 연속”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시한 해임 사유 가운데 ‘근거 없는 해고’, ‘업무 배제’, ‘트로이컷’ 등은 김재철 전 사장 시기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뿌리깊은 문제들이다. 최근에는 ‘170일 파업’ 때 노조 홍보국장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뒤 회사와 해고무효소송을 벌여온 이용마 전 문화방송 기자가 희소한 ‘복막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여당 추천의 이인철·김광동 이사 등은 “외부 정치세력의 음해”, “대선을 앞둔 공영방송 장악 의도”, “해임 사유로 제안된 사안들이 이미 이사회에서 개별적으로 논의돼 결론난 사안” 등의 주장을 내세워 ‘안건 기각’을 주장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안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안건을 기각시킬 것인지 여부를 표결에 부쳤고, 결국 안건은 논의도 되지 못한 채 다수결로 기각됐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은 “표결 강행”이라 반발하며 논쟁을 벌이다 퇴장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방문진의 홍보비 집행 내역의 편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안건을 제안한 야당 추천 이사들의 퇴장으로 해당 논의는 차기 이사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방문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방문진은 해마다 ‘시민의 비평상’, ‘방송진흥사업’ 공모 등으로 외부 매체들에게 홍보비를 집행해왔는데, 최근 들어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한 매체들만 선정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2014년까지 홍보비가 집행된 매체들을 보면, <주간조선>, <데일리안>, <업코리아>, <미디어스>, <피디저널> 등으로 매체 선정의 다양성을 일부 확인할 수 있으나, 2015년부터 미디어 전문매체로서 방문진에 대한 비판을 계속해온 미디어스나 피디저널 등이 차례로 사라졌다. 2016년 선정 결과를 보면, <미디어워치>, <뉴데일리>, <조갑제닷컴> 등 보수 성향 일색이다.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문화방송 경영진에게 방송 출연 등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던 인터넷 매체도 여기에 포함됐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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