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의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올해 1억원의 추가경정을 편성해 ‘대북방송 지원사업’을 결정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런데 지원을 받은 단체와 이를 추진한 방문진 이사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이사는 “단체의 취지에 공감해 과거 후원 등에 참여했을 뿐 특수관계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10일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자료를 내고, “‘북한주민 방송시청확대사업’을 제안하고 심사까지 했던 김광동, 권혁철 방문진 이사가, 이 사업으로 2700만원의 지원을 받는 ‘통일미디어’의 ‘100인클럽’이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누리집 등을 살펴보면, 통일미디어는 ‘국민통일방송’이란 이름으로 단파방송 등 대북 방송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송을 ‘통일방송’이라 부르고 “통일방송을 준비하는 리더들의 공간”이라면서 100명의 보수 성향 인사들을 ‘100인클럽’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방문진의 김광동, 권혁철 이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 단체는 ‘100인클럽’이 정기후원, 재능기부 등으로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명길 의원은 김광동, 권혁철 이사가 방문진의 대북지원 사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왔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의 관계를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방문진 이사들이 방문진을 자신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단체에 예산을 퍼주는 곳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의 ‘북한주민 방송시청확대 사업’은 지난 4월 여당 추천 이사 5명이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는 단체들을 후원하고, 이를 위해 1억원의 추가경정을 편성한다는 취지다. 당시 야당 추천 이사들은 “추경을 해야할만큼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방문진이 해야 할 사업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민감한 사안” 등의 주장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의 숫적 우위로 7월에 사업과 함께 추경이 의결됐고, 지난달에는 통일미디어의 ‘국민통일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발전연구원의 ‘북한개혁방송’,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4곳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1500만원, 나머지 3곳은 2700만원씩 방문진 예산을 지원받는다. 김광동 이사는 소위원회 위원장,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등으로 이 과정을 주도했고, 권혁철 이사 역시 소위원회와 심사위원회에 참여했다. 최명길 의원은 “김광동 이사는 ‘통일미디어’ 이외에도 나머지 단체의 대표들과 여러 차례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함께 하는 등 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광동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5~6년 전 단체의 취지에 공감해서 정기후원에 참여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민주화를 바라는 일관된 가치의 연장일 뿐, ‘특수관계’는 말도 안된다. ‘유니세프’ 후원한다고 해서 유니세프와 특수관계에 있다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게 된 국민통일방송의 누리집. ‘100인클럽’ 명단에서 김광동, 권혁철 방문진 이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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