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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세월호 이후 ‘KBS 장악’ 깨알 지시

등록 2016-11-17 18:46수정 2016-11-18 09:21

김영한 비망록에 ‘KBS 상황파악, 플랜 작성… 이사 성향 확인 요’

<KBS> 새노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가 KBS 인사와 방송에 개입한 정황들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새노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가 KBS 인사와 방송에 개입한 정황들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4년 ‘세월호 참사’의 파동으로 <한국방송>(KBS) 사장이 해임되고 새 사장을 뽑던 시기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KBS 상황 파악, plan 작성”, “한국방송 우파 이사 성향 확인 要” 등을 논의하며 한국방송 인선과 보도 등에 깊숙이 개입한 상세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근혜 특검’이 언론 장악 문제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1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 가운데 한국방송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17개 대목을 공개했다. 김 전 수석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 등 청와대 각종 회의에 참석하며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 입수한 <티브이조선>이 2014년 6월15일부터 10월15일 사이 한국방송과 관련된 대목들만 골라 새노조에 제공한 것이다.

이 시기는 길환영 사장 해임과 조대현 새 사장 선임, 이길영 한국방송 이사장 사퇴와 이인호 한국방송 새 이사장 선임 등이 줄을 이었다. 한국방송에서는 인사 공백으로 인해 ‘정치권력의 입김’이 일시적으로 약해졌던 시기로 평가받는다. 당시 한국방송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계기가 됐던 ‘일본 지배는 하나님의 뜻’ 발언 보도 등 권력 비판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중후반 ‘청 회의’ 기록서
KBS 통제 심의 17개 대목 드러나
사장·이사장 선임과정 개입 정황

정부 비판언론에 적극 대응 주문
방심위 안건으로 오른 ‘문창극 보도’
심의·제재 상황 공유·논의 흔적도

노조 “박근혜 특검이 의혹 수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를”

공개된 비망록을 보면, 청와대는 통제력이 약해진 한국방송 상황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대응을 논의한 흔적들이 드러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새 사장 선임이었다. 6월10일 길 사장의 해임이 최종 결정됐는데, 비망록 6월16일치에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 작성”이란 메모가 나온다. 그 뒤로도 이사회 개최 일정이나 사장 선임 과정의 진행 상황이 깨알같이 등장한다. “2012년 KBS 파업사건-법원 무죄선고, 노조 강성화 가속”(6월20일치) 등 새노조의 동향을 확인한 흔적도 나타난다.

‘김영한 비망록’ 가운데 2014년 6월17일치의 내용. “KBS 노조, 16개 직능단체”의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된 제의를 언급한 뒤 “수용 곤란”이라고 적혀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김영한 비망록’ 가운데 2014년 6월17일치의 내용. “KBS 노조, 16개 직능단체”의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된 제의를 언급한 뒤 “수용 곤란”이라고 적혀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들도 나온다. 당시 새노조를 비롯한 한국방송 내부 구성원들은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새 사장을 뽑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6월30일 열린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다수이사(여권 추천)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 이보다 앞선 6월17일치 비망록에는 이 제안을 언급하며 “수용 불가, 방통위원장과 상의”라고 적은 기록이 나온다. 청와대가 사전에 ‘수용 곤란’ 방침을 정하고 이를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관철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영한 비망록’ 2014년 7월3일치의 내용. 한국방송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김영한 비망록’ 2014년 7월3일치의 내용. 한국방송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7월3일치에는 “KBS 6명-조대현 7”, 다음날인 7월4일치에는 “KBS 이사 우파 이사-성향 확인 要”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 대목은 한국방송 새 사장으로 조대현 후보자를 원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조 후보자 쪽으로 기우는 이사회의 판세를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한다. 결국 조 후보자가 최종 사장 후보자로 선임된 이틀 뒤인 7월9일치에는 “부처-정상화, 공공기관 개혁-면종복배”라고 쓴 대목과, ‘공공기관’ 단어에 연결선을 긋고 “KBS 이사”라고 쓴 대목이 나온다. ‘면종복배’는 면전에서는 복종하지만 배신의 마음을 품은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기대를 저버리고 조 후보자를 사장 후보자로 선임한 한국방송 다수이사들을 가리킨 기록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청와대가 한국방송의 권력 비판 보도와 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재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던 정황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발언 보도’다. 비망록 7월2일치를 보면, “문창극 KBS 보도-중징계-방심위”란 기록이 나온다. 전날 방심위 산하 보도교양특별위원회가 이 보도에 대해 중징계 의견을 냈는데, 이 상황을 공유하거나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심위가 이를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다음날인 8월28일치에는 “방심위, KBS 보도(문창극)-전체회의에 회부”란 기록이, 전체회의에서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을 내린 다음날인 9월5일치에는 “방심위, 문창극 관련 지도”란 기록이 나온다.

‘김영한 비망록’ 2014년 9월5일치 내용. “전사들이 싸우듯이” 대처할 것을 주문하며 “방심위 KBS 제재 심의 관련”을 사례로 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김영한 비망록’ 2014년 9월5일치 내용. “전사들이 싸우듯이” 대처할 것을 주문하며 “방심위 KBS 제재 심의 관련”을 사례로 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특히 9월5일치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듯한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가리키는 듯한 “長”이란 글자 옆에, “국가 정체성, 헌법 가치 수호 노력 → 정책 집행, 인사 관리를 통하여 / 일선 행태-반체제 집요 투쟁-미온, 소극적 / 강한 의지, 열정 대처-체제 수호 難 → 유념 / 전사들이 싸우듯이 ex 방심위 KBS 제재심의 관련”이라고 적혀 있다. ‘문창극 보도’는 애초 방심위에서 중징계를 받을 것이란 예측이 컸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약한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에서 이를 사례로 들며, 비판 세력과 언론 보도에 대한 강경 대응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성재호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뒤 한국방송에서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기록은 그동안 청와대가 한국방송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착실하게 ‘전초작업’을 벌여왔다는 정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이 비망록은 그동안 짐작해왔던 청와대의 공영언론 장악 실태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며 “국회는 ‘박근혜 특검’이 언론 장악 의혹을 수사하도록 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방송법 개정안)을 시급히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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